[한마당-김진홍] 시리아 내전 22개월

입력 2013-01-03 18:54

하페즈 알 아사드가 시리아에서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때는 1970년 11월이다. 이듬해 무려 99.2%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2000년 6월 사망할 때까지 30년을 통치했다. 군과 비밀 정보요원을 동원해 수천명의 반대자들을 투옥시킨 결과였다. 반면 시리아를 부흥시켜 ‘아랍의 비스마르크’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가 사망하자 안과의사인 차남 바샤르 알 아사드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장남은 1994년 교통사고로 숨졌다.

‘아랍의 봄바람’이 2011년 3월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를 거쳐 시리아에 상륙했으나 대를 이은 40여년 철권통치는 여전히 존재한다.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전투가 지금까지 22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내전의 결과는 참혹하다. 사망자가 6만여명에 이른다. 지구촌 거의 모든 이들이 희망과 기쁨으로 맞은 2013년 1월 1일에도 정부군 공격으로 시민을 비롯해 69명이 숨졌다. 지난해 마지막 날에는 시리아 인권단체인 ‘시리아 인권관측소’가 수도 다마스쿠스 북쪽 지역에서 고문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시신 30여구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반정부 활동가들 조직인 ‘시리아 혁명위원회’는 이 지역에서 머리가 잘리는 등 심하게 훼손된 50여구의 주검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군인들이 교도소 수감자 2명을 찔러 죽이는 동영상도 공개됐고, 정부군의 폭격으로 빵을 사기 위해 줄서 있던 민간인 100여명이 한꺼번에 숨지는 사건도 벌어졌다. 내전을 피해 터키와 레바논 등 인접 국가로 피신한 50만명 이상의 난민들은 추위와 굶주림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난민의 절반가량이 어린이들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아사드 정권이 붕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심을 잃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압둘아지즈 자셈 알 샬랄 헌병사령관이 정부군을 겨냥해 “국민을 보호하는 고유 임무를 방기한 채 살인과 파괴를 일삼는 폭력집단”이라고 비난하는 등 고위층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아사드가 베네수엘라에 망명처 제공을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와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대통령처럼 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국제사회는 시리아 내전의 조속한 종식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러시아와 중국의 경우 더 이상 유엔 안보리에서 아사드를 감싸려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아사드에게 자금과 무기를 제공하고 있는 이란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