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교실 장면 70%는 리얼에 가깝죠”… KBS 2TV 월화극 ‘학교 2013’ 연출 이민홍 PD
입력 2013-01-03 18:42
KBS 2TV 월화극 ‘학교 2013’이 우리네 교육 현장 곳곳을 들추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학교 폭력에 노출된 학생들, 부당한 처우를 받는 기간제 교사, 복수 담임제나 교원평가제가 가진 문제점 등 한국의 교육 문제 전반이 광범위하게 다뤄진다.
특히 체벌이 금지된 교실에서 유명무실해진 교권의 모습을 묘사해내는 장면들은 충격을 준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수업시간엔 태반이 떳떳하게 잠을 자고, 수업 내용이 대학입시에 도움 안 된다고 판단되면 거침없이 항의한다.
학교의 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 점이 어필한 걸까. ‘학교 2013’의 시청률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첫 회 시청률은 8%에 그쳤지만, 지난 1일 방송분(9회)의 경우 15.7%까지 치솟았다. 한 달 만에 시청률이 두 배나 증가한 셈이다. 월화극 1위를 달리는 ‘마의’(MBC)와는 불과 3.1% 포인트 차이밖에 안 난다.
장나라(32) 최다니엘(27) 이종석(24) 김우빈(24) 등 출연진의 연기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특히 그간 로맨틱코미디나 시트콤을 통해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준 장나라는 이 작품에서 진지하고 차분한 기간제 교사 정인재 역을 맡아 연기 변신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지난달 31일 ‘2012 KBS 연기대상’에서 미니시리즈 부문 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이종석은 신인상을 받았다.
‘학교 2013’의 수장인 이민홍(왼쪽 사진) PD를 최근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 PD는 1999∼2002년 시즌 4까지 만들어진 ‘학교 시리즈’에서 첫 작품인 ‘학교’(1999년)를 연출한 인물이다. 그는 ‘학교 2013’을 통해 “교육 현장의 문제를 여과 없이 드러내 교육계에 직구를 던지겠다는 게 연출 의도”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교실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선 추락한 교사의 권위를 묘사하는 장면이 많다. 그런데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너무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겠더라.
“그 점에 있어서는 교사나 학생들 의견도 분분하다.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우리 학교는 더 심하다’는 글도 많이 올라온다. 작품을 준비하며 5개월 넘게 셀 수도 없이 많은 학교를 찾아다녔다. 인문계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특성화고 등 다양한 학교를 방문했다. 교사도 수도 없이 많이 만났다. 드라마 속 장면의 70% 이상은 ‘리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학교 시리즈’ 첫 작품을 연출했다. 그때의 학교와 지금의 학교,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뭔가.
“교권의 추락이 심각하다. 옛날엔 체벌이라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사전 취재를 하면서 굉장히 쇼킹했다. 드라마 내용 면에서는 1999년 ‘학교’는 학생들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 하지만 지금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을 모두 다루는 게 차이점이다.”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학교 2013’에는 톱스타가 나오지 않는다. 장르도 미니시리즈에서는 흔히 볼 수 없던 청소년드라마다. 시작할 땐 시청률 7%만 넘어도 환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10% 넘게 나오고 있다. 시청률을 가장 먼저 생각했으면 톱스타도, 아이돌 가수도 많이 섭외했을 거다. 하지만 교육계에 직구를 던지겠다는 연출 의도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좋은 드라마를 만들자’는 생각만 하고 있다.”
-‘학교 시리즈’는 임수정(34) 조인성(32) 장혁(37)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지금 출연하는 배우 중 스타성이 엿보이는 재목이 있다면 누군가.
“이미 이종석이나 김우빈 등은 (스타로서의 끼를) 보여주고 있다. 작품이 끝나고 어느 시점이 되면 조연급 7∼8명도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면.
“신문이나 방송에 교육 관련 뉴스는 수도 없이 나오지만 모두 정보 전달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드라마라는 장르는 정보 전달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다. 드라마 포스터를 보면 ‘아이들은 감추고 어른들은 모르는’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내가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이들은 감추고 어른들은 모르는’ 문제를 드러내서 토론의 장을 만들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