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호들은 외화 반출… 농민들은 자살

입력 2013-01-03 18:40

중국의 최대 문제로 부각된 양극화가 점점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부호들은 뭉칫돈을 빼돌리려 서방 국가로 몰려가는 반면, 가난한 농민들은 강제 이주 보상금을 현실화해 달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1년 4월부터 지난해 6월 초까지 토론토와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중국인들이 외화 반입신고 없이 입국하다 적발된 금액이 1300만 달러(약 138억원)에 이른다고 3일 보도했다. 캐나다 국경관리국에 따르면 두 공항에서 단속한 중국인들의 밀반입 현금액은 전체 적발 금액의 59%를 차지한다. 몰래 들여오려던 현금은 대부분 소유자들에게 반환되는데, 미신고 벌금이 많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WSJ는 중국인들이 현금 밀반입에 캐나다를 선호하는 이유로 외국인의 부동산 보유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점을 들었다. 캐나다는 외국인 개인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화교 사회가 잘 형성돼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미국도 중국인들이 애용하는 현금 도피처다. 2011 회계연도에 미 국제공항에서 적발된 중국인들의 현금 밀반입은 194만 달러(약 20억6000만원)로 집계됐다. 이를 포함해 2009년부터 3년간 단속 규모가 5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총서기가 취임 이후 강도 높은 부정·부패 척결에 나선 가운데 이런 역현상은 최근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개혁·개방 이후 지난 20년간 2만여명의 중국 공무원들이 해외로 도피하면서 빼돌린 돈은 약 14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후난성에서는 대형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당국이 주민 강제이주를 추진하다 농민들이 잇달아 자살해 여론이 들끓고 있다. 홍콩 명보는 3일 당국이 훙장(洪江)시 퉈커우(托口)진 수몰지구 주민들에게 협박을 가해 지난 연말부터 5일 동안 4명이 연이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된 것은 보상금을 규정대로 지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주 계획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 가구에 대해서는 단전·단수 조치를 취하는 등 위협을 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여론이 분분하지만 아직 당국은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시나 웨이보에 따르면 해당 지방 정부는 농민들에게 토지 ㎡당 300위안씩 보상해 주기로 해 가구당 2만∼3만 위안씩 지급받았다. 그러나 부근에 새로 지은 집을 구하려면 20만∼30만 위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구성찬 기자,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