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허∼허∼ 농구대통령 허재 “오늘 힘들게 이겼어요”… KCC 시즌 첫 2연승

입력 2013-01-02 22:06
‘농구대통령’ 허재(47) 전주 KCC 감독이 모처럼 웃었다. 팀 성적 꼴찌로 올 겨울 인생 최악의 날들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시즌 첫 2연승에 리빌딩도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KCC는 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정규리그 창원 LG와의 홈경기에서 76대 74로 이겼다. 올 시즌 첫 연승이다.

허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프로농구 역대 최고의 스타다. 중앙대 시절부터 프로팀 기아와 나래를 거쳐 KCC 감독에 이르기까지 선수와 감독으로서 우승을 밥 먹듯이 해왔다. 그런데 올 시즌 프로농구에선 이같은 이력의 허 감독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허 감독이 이끄는 KCC의 성적표는 5승22패다. 10월부터 프로농구가 시작했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꼴로 승리한 셈이다. 승률은 0.185, 9위 원주 동부(9승18패)와도 무려 4게임이나 차이가 나는 꼴찌다. 그야말로 처참한 성적이다.

사실 KCC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시즌을 앞두고 팀의 맏형 추승균이 은퇴했고, 가드 전태풍도 혼혈선수 규정 때문에 오리온스로 떠나보냈다. 여기에 하승진마저 입대하며 KCC는 팀의 기둥 뿌리가 몇 개씩이나 뽑혀나간 채 올 시즌을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기존 선수 중에서도 강은식, 장민국은 개막 전부터 부상으로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허 감독 스스로도 이런 상황에 대해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고 에둘러 어려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허 감독은 쉽게 물러나지 않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이번 시즌은 팀을 재창단한다는 각오로 뛰겠다”고 밝혔듯 팀 리빌딩을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보통 2∼3년 이상 걸리는 팀 리빌딩 작업을 허 감독은 단 1년 만에 이뤄내고 있다. 후보 선수들의 고른 기용과 트레이드를 통해서다. 최지훈과 노승준이라는 유망주를 발굴한데다 최근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이한권과 김효범을 영입했다. 이날 열린 경기에서 이적생 김효범은 양팀 최다 점수인 26점을 넣으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허 감독은 “새해 첫 경기를 이겨서 좋다”면서 “김효범이 들어와 노승준도 살아났고, 선수들의 자신감도 올라오고 있다. 가면 갈수록 좋아지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편 2연패를 당한 LG는 13승14패를 기록, 승률 5할대가 무너져 5위로 한 계단 밀려났다.

전주=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