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참” 농구대통령 체면 안서네… 겨우 4승 속타는 KCC 허재 감독
입력 2013-01-02 20:31
‘농구대통령’ 허재(47) 전주 KCC 감독이 올 겨울 인생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허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프로농구 역대 최고의 스타다. 중앙대 시절부터 프로팀 기아와 나래를 거쳐 KCC 감독에 이르기까지 선수와 감독으로서 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1일 현재 허 감독이 이끄는 KCC의 성적표는 4승26패다. 10월부터 프로농구가 시작했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꼴로 승리한 셈이다. 선수시절과 지난해까지 승리를 밥먹듯이 했던 허 감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이뤄지고 있다. 승률은 0.157, 9위 원주 동부(9승18패)와도 무려 4.5게임이나 차이가 나는 꼴찌다. 그야말로 처참한 성적이다.
사실 KCC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시즌을 앞두고 팀의 맏형 추승균이 은퇴했고, 가드 전태풍도 혼혈선수 규정 때문에 오리온스로 떠나보냈다. 여기에 하승진마저 입대하며 KCC는 팀의 기둥 뿌리가 몇 개씩이나 뽑혀나간 채 올 시즌을 맞았다. 전력 보강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은 코트니 심스가 유일했다. 설상가상으로 기존 선수 중에서도 강은식, 장민국은 개막 전부터 부상으로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고, 김태홍은 시즌 도중 부상으로 쓰러졌다.
허 감독은 지는 경기가 계속되자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할 말이 없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허 감독은 쉽게 물러나지 않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이번 시즌은 팀을 재창단한다는 각오로 뛰겠다”고 밝혔듯 팀 리빌딩을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보통 2∼3년 이상 걸리는 팀 리빌딩 작업을 허 감독은 단 1년 만에 이뤄내고 있다. 후보 선수들의 고른 기용과 트레이드를 통해서다. 최지훈과 노승준이라는 유망주를 발굴한데다 최근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이한권과 김효범을 영입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에는 강호 오리온스를 격파했다. 여기에 2월에는 상무에서 주포 강병현도 돌아온다. 허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지고 있고 강병현이 돌아오면 팀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정말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