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재계 화두는 위기극복… 대기업 회장 신년사
입력 2013-01-02 20:26
기업들이 2일 일제히 시무식을 갖고 2013년 경영의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요 그룹 총수들의 신년사도 위기극복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경제민주화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관행과 기득권을 다 버리자’, ‘국민의 지탄을 받지 말자’, ‘착시현상과 불감증을 탈피하자’는 주문도 쏟아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에서 새로운 도전과 적극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이 회장은 투자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늘릴 수 있으면 늘리겠다”고 답했다. 따라서 올해 삼성그룹의 투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47조8000억원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은 소감으로는 “앞만 보고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끊임없는 도전과 신사업 개척, 인재 육성,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 사회 공헌 등을 포괄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불황기에는 강한 자만 살아남고 삼성의 앞날은 1등 제품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이 회장의 발언에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해 그룹 경영 방침으로 ‘품질을 통한 브랜드 혁신’을 제시했다. 양적 성장을 이룬 만큼 이제는 품질로 승부를 걸어 세계 자동차 시장 1위인 독일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정 회장은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최고의 품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모든 접점에서 고객에게 만족과 감동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고용 확대, 국가 경제와 사회발전에 공헌하는 모범적 기업 역할 등도 주요 추진 과제로 정했다.
지난 주말 중국 베이징으로 출장을 떠난 최태원 SK㈜ 회장은 화상 생중계를 통해 글로벌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신년 메시지를 전했다. 최 회장은 그룹 경영의 핵심과제인 ‘따로 또 같이 3.0’의 안착을 위해 앞으로 포트폴리오 혁신과 글로벌 경영, 사회적 기업 등에 전념해 SK의 도약과 국가경제 활력에 일조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신년교례회에는 김창근 수펙스 의장을 비롯해 계열사 CEO와 임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고, SK그룹 7만여 전 임직원은 생방송으로 교례회를 지켜봤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시장 선도’와 ‘철저한 실행’을 새해 키워드로 제시했다. 구 회장은 경영진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새해 인사모임에서 “1등 기업이 아니면 성장이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냉엄한 현실”이라면서 ‘시장 선도기업 LG’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새해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신년회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신년사를 통해 “그동안 여러 번의 위기를 잘 헤쳐 왔지만 우리 앞에 다가온 상황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우리의 자세를 돌아보고 점검해야 할 때”라고 독려했다. 또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 해외사업의 지속적인 확장과 성장, 브랜드 가치 제고를 경영목표로 제시하고, 사회공헌 활동 강화와 중소기업 및 지역상권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올해를 ‘가치경쟁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정 회장은 가격 경쟁이 아닌 가치 경쟁을 통한 패러다임의 변화, 위기 극복을 위한 혁신경영, 독점적인 기술력 확보, 리스크 관리 등을 주문했다. 또 “주인은 답을 내고 책임을 지지만 객(客)은 문제제기와 변명을 찾는다”며 ‘혼이 깃든 주인의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시무식 신년사에서 “시련의 시기에는 각 기업의 실력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며 “내실 있는 성장, 질적인 성장에 대해 더욱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경영환경의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건전한 기업시민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개최한 시무식에서 “관행과 기득권을 다 버린다는 각오로 새로운 틀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 경영 키워드로 공동체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함께 발전하고자 노력하는 ‘동행’을 제시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그룹의 올해 경영 방침을 ‘솔선수범’으로 정하고 최우선 과제로 경제민주화 실천을 꼽았다. 박 회장은 서울 신문로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화두가 됐다”며 “기업이 국민과 사회로부터 지탄받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기업의 경제민주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김승연 회장이 구속 수감 중인 한화그룹은 그룹 차원의 신년회를 열지 않고 계열사별로 간단한 시무식을 가졌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