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도 전략적으로” 나눔 새 물결 몰고 온 ‘젊은 그들’… 자선단체 ‘더 필란트로피스트’

입력 2013-01-02 22:02


‘돈이 들어가는 국책 사업이나 금융 상품은 투자 대비 효용을 따지면서 왜 기부는 영향 평가를 하지 않을까.’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김기동(26·사진)씨는 이러한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2009년 직접 비영리 자선단체 ‘더 필란트로피스트(The Philanthropists·자선가)’를 만들었다. 정확히는 ‘전략적 사회발전(Social innovation)’을 도모하는 단체로,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사회공헌’ 개념을 전파하겠다는 취지다. 20대 유학생 청년들이 주축이 됐다.

이들은 기부 하나에도 철저한 계산을 적용한다. 지난해부터는 수익금으로 백신을 사 기부하는 자선 콘서트를 열고 있다. 지난해 콘서트와 콘퍼런스로 거둬들인 수익금 1000만원은 유니세프에 기부했다. 이 돈으로 전 세계 어린이 1만4285명이 홍역 백신을 전달받았다. 4일에는 소아마비 백신을 위한 두 번째 콘서트를 홍대 롤링홀에서 개최한다. 4만원짜리 티켓 한 장을 구입하면 300원짜리 백신 40개 이상을 기부할 수 있다. 부회장 남정민(24·여)씨는 2일 “구체적으로 티켓 한 장을 구입하는 게 몇 명의 아이를 살릴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은 기부자와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마니아층을 두고 있는 가수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철저히 ‘노 개런티’로 무대에 선다. 엠씨더맥스, 딥플로우를 비롯해 힙합 뮤지션 비 프리(b-free), 아카펠라 그룹 메이트리, 인디밴드 동네빵집 등이 ‘재능 기부’로 공연을 빛낼 예정이다. 김씨는 “티켓 파워가 강한 아이돌 그룹이나 유명 가수들을 초청하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재능 기부’라는 순수한 원칙을 지키고 싶었다”며 “적은 비용에 공연을 해주겠다는 가수도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인생은 2008년 국내 전국일주를 하다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 한 편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당시 다큐멘터리 화면에 등장한 워런 버핏의 한 마디는 너무나 강렬했다

버핏은 그때 “사람이 사는 이유는 세상에 환원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다. 세상이 나에게 준 것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순간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미국 영주권자였지만 그 길로 자원 입대했다. 2009년 군복무 중 휴가 기간에 봉사활동을 하며 친구들과 ‘더 필란트로피스트’를 만들었다. 김씨는 “흔한 봉사활동 단체를 만들기는 싫었다. 외국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 다소 생소한 ‘전략적 사회발전’ 개념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 필란트로피스트’ 회원 64명 중 80%가 해외에서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했다. 이들은 실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을 돌아다니며 유명 석학들의 ‘전략적 사회발전’ 강의를 듣거나 콘퍼런스에 참가하고 이를 번역해 한국의 사회적 기업에 알려주는 일도 하고 있다.

김씨의 꿈은 앞으로 이 자선 콘서트가 매회 거듭해가며 유명 가수들이 오르고 싶어 하는 무대로 만드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1985년 시작된 ‘라이브 에이드(Live aid)’라는 자선 콘서트가 이미 가수들의 ‘꿈의 무대’가 됐다. 김씨는 “몇 년 뒤엔 유명 가수들이 먼저 ‘더 필란트로피스트’ 자선 콘서트 무대에 서고 싶다며 연락하지 않을까 싶다”며 밝게 웃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