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가 방학특수 실종… 찬바람 쌩쌩
입력 2013-01-02 19:11
주5일 수업제 시행으로 중·고생들의 겨울방학이 짧아지면서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매년 이맘때 누리던 ‘겨울방학 특수’가 사라지면서 대치동 학원의 30%가 문을 닫고 있으며, 지방 유학생들로 붐비던 원룸촌 역시 썰렁한 분위기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 ‘대치동 유학’을 계획했던 광주 광덕고 2학년 김모(17)군은 한 달간으로 짧아진 방학 때문에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한 달 동안 서울에서 자취하며 공부를 하기보다 인터넷 강의와 방과후 수업을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김군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방학 동안 대치동에 원룸을 얻어 단기 유학을 다녀오는 선배들이 많았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방학이 워낙 짧다 보니 인터넷 강의나 방과후 수업을 듣는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 제주 제일고 2학년 이모(17)군 역시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항공료·이사비용 등을 들여가며 외지에서 공부하는 데 따른 위험부담이 있어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대치동 학원들의 주 소비층인 중·고생의 경우 대부분 지난달 28∼31일 방학식을 치러 방학기간은 1월 말∼2월 초까지 한 달여에 불과하다.
때문에 대치동 일대에 영업 중인 학원 가운데 30%가량이 최근 경영난으로 폐업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치동에서 A부동산을 운영하는 김동선씨는 “비싼 월세가 감당이 안 되다 보니 중·소형 보습학원들을 중심으로 폐업해 학원을 매물로 내놓겠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치동 학원들이 불황을 겪으면서 인근에 위치한 원룸촌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대치4동의 경우 전체 원룸의 3분의 1 정도가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의 설명이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수험생들의 집중적인 선행학습 기간이었던 겨울방학이 한 달 이내로 짧아지면서 대치동 학원 대신 인터넷 강의를 택하는 수험생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대입에서 상대적으로 수능의 중요성이 줄고 있는 것도 대치동 불황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