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장관 퇴진” 대규모 시위

입력 2013-01-02 19:04

시진핑(習近平) 중국 총서기가 공개적인 지지 의사까지 밝혔던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이 주민들로부터 거센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홍콩에서는 새해 첫날부터 친중국 성향의 렁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단체들이 주도한 시위에 참가자들은 영국 식민지 시절의 홍콩 깃발까지 들고 행정장관 직선제와 렁 장관의 하야를 촉구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시위대는 정부 청사까지 행진하며 맞불 시위에 나선 친정부 시위대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이례적으로 홍콩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렁 장관의 호화 주택에 설치된 불법 구조물이 발단이 됐다. 언론에 비리 사실이 공개되자 렁 장관은 이전 집 소유주가 설치한 것이라고 둘러대다 결국 자신이 무허가 구조물을 세웠지만 불법인지 몰랐다고 입장을 바꿨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야당의 요구로 지난달 12일에는 불신임 투표가 치러지기도 했다. 렁 장관은 가까스로 탄핵을 면했지만 분노한 주민들이 더 많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다.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렁춘잉 정부가 벌써부터 ‘레임덕’ 상태에 빠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정치 분석가들은 “앞으로 몇 달이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시행하고 있는 홍콩에서는 각계 인사 1200명으로 이루어진 선거위원회를 통해 간선제로 행정장관을 선출한다. 선거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 정부가 2017년부터 직선제 전환을 약속했지만, 대다수 홍콩 주민들은 즉각 직선제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