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수장들 신년사 “2013년 금융산업 빙하기… 리스크 관리·체질 강화 총력전”
입력 2013-01-02 18:56
금융권이 ‘저금리·저성장 빙하기’를 맞고 있다. 순이익은 갈수록 추락하고 있지만 마땅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KB·신한·우리·하나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올해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7000억원가량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은 금융권 수장들의 신년사에서 여실히 묻어난다. 이들은 위기 돌파를 위해 리스크 관리, 체질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해외시장 개척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비장한 각오도 드러냈다.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내실 강화와 고객신뢰 제고로 급박한 금융환경에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어 회장은 “수익성이 아무리 좋아도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한순간의 실수로 그룹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안정적인 재무성과 창출과 리스크 관리에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를 거듭 강조하며 임직원에게 경보음을 울린 것이다.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금융업이 빙하기를 맞았다며 경쟁 우위를 살려 위기를 이겨내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외시장 진출에 방점을 찍었다. 이 회장은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해외 중간지주회사 설립으로 실효성 있는 글로벌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며 “은행과 증권뿐 아니라 우리파이낸셜과 자산운용, 카드사 등도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머지않아 우리금융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재추진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그룹 경영에 인류 최초로 남극에 도달한 탐험가 ‘아문센의 성공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극도로 위험한 남극에서 철저한 분석과 만반의 준비로 성취를 이뤄낸 아문센을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이어 한 회장은 “주택담보대출은 더는 주력상품이 아니고 카드업도 수익성이 떨어졌다”며 “새로운 성장 방식과 차별화 요인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체력 강화’를 외쳤다. 올해 경영방침으로 정확한 판단과 신속한 결정을 바탕으로 하는 ‘효율성’을 꼽았다. 김 회장은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은 없는지, 업무 프로세스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체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본부 조직 슬림화는 효율적 조직운영과 함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신동규 NH농협금융 회장도 경영혁신을 통한 내부 체질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신 회장은 “비상경영 체제를 지속하고 연초부터 위기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며 “최고경영자(CEO) 회의를 중심으로 위기관리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계열사들도 비용절감, 한계사업 조정 등 자체적인 비상경영 계획을 수립, 실천해 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보험사와 카드사 CEO들도 신년사에서 어려운 경영환경의 극복을 내세웠다.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은 경영체질뿐 아니라 구조와 사고방식 모두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부회장은 “생존 차원의 위기의식으로 경영체질과 구조, 사고방식을 완벽히 바꿔야만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며 “국내에서 차별화된 영업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