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겪는 민주당] 인적쇄신·정체성 논란… 연초부터 심상찮은 갈등
입력 2013-01-02 19:21
민주통합당에서 연초부터 인적쇄신론이 튀어나왔다. 제주 해군기지 예산 등을 둘러싼 당 정체성 논란도 불거졌다. 이달 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을 앞두고 대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거 10년 집권 기간에 (당에) 귀족주의가 배어 있었다”며 “(비대위가) 국민들 눈에 볼 때 적절치 않게 보이는 사람들의 인적 쇄신 문제를 잘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총선 실패가 대선 패배의 출발인데 총선 후 제대로 평가와 성찰을 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 귀족주의에 빠져 현장을 돌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인적 쇄신을 주장한 것”이라며 “친노(親盧·친노무현)도 문제지만 계파 타령하면서 대선 때 아무 협조도 안한 사람들이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우 원내수석부대표는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민평련 소속으로 대선에서 총무본부장을 맡았다.
비노(非盧) 진영에서는 이 같은 ‘야당 귀족주의 비판론’을 일종의 출구전략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비노계 인사는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이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꺼내는 말”이라며 “친노와 함께 대선을 주도한 486들은 또다시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친노와 비노, 486 등 각 세력과 계파가 다양한 책임론과 인적쇄신론을 내걸고 충돌할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당직자 시무식에서 “비대위원장을 추대로 모시는 게 모양이 좋다고 생각해 많은 의견을 들었지만 현장에는 사심과 사욕이 득실거렸다”며 “말로는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외쳤지만 사심을 앞세워 대선에 패배한 것은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의 정책노선이나 정체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신학용 의원 등은 지난해 총선 이후 민주당이 지나치게 ‘좌클릭’한 탓에 대선에서 중도층 표를 잃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청래 진선미 장하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촉구해 대조를 이뤘다. 정 의원 등이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제기해 예산안이 해를 넘겨 처리된 데 대한 당내 비판도 적지 않아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무소속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의 멘토인 법륜 평화재단이사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로의 단일화’ 카드를 썼으면 이기고도 남는 거였다. ‘문재인으로의 단일화’는 선택 자체에 실책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친노 세력이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든지, 민주당이 더 큰 국민정당을 만들 때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든지 하는 변화의 몸부림을 쳐야 하는데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 전 후보의 민주당 입당이나 신당 창당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