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복천] 장애인의 당당한 외출을 꿈꾸며
입력 2013-01-02 18:48
발달장애인에게 외출이란 일상이 아니다. 큰맘을 먹어야 가능한 일종의 행사다. 접근성과 안전성이 떨어지는 사회시설들, 불편한 이동수단은 어떤가. 여기에다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부정적 시각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따가운 시선과 거부하는 몸짓,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내는 언어폭력 등이 세상으로 향하는 그들의 발걸음을 가로막는다.
또한 반갑지 않은 동정심과 남들의 눈요깃거리가 되는 상황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다른 이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상인 외출이 이들에게는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은 긴장과 걱정 속에 놓이게 만든다.
발달장애 아동에게 외출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동등한 사회참여의 기회가 될 뿐 아니라 환경과 소통하며 성장하고 적응해 가는 데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외출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도전의 기회를 가지는 것은 이들의 잠재적 역량을 키울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또한 세상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들을 배워나가고, 사회의 일원으로 주체적인 생활을 준비하는 훈련의 기능도 수행한다.
외출의 중요성은 비단 장애인 당사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의 문제를 그 가족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듯이 장애인의 외출은 가족들에게도 휴식과 자기충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건강한 가족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의 경우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가, 외출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 자신의 자기발전 및 사회참여 훈련뿐 아니라 가족의 휴식 지원도 함께 도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 청소년에게는 주말 캠프 행사가 수시로 제공되며 비장애 아동 가정과 결연을 맺어 서로 상대방의 집에 머무르며 함께 외출하거나 여가활동을 즐기는 프로그램들이 가족휴식 지원(short break)이라는 큰 틀 안에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좀처럼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서기 힘든 중증 장애인의 경우 전문 의료진의 적절한 지원을 받으면서 가족과 함께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자유로운 외출이 보장돼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안고 있는 사회적 의미 때문이다. 비장애인들이 갖고 있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심지어 두려움과 공포 등은 ‘경험의 부재’ 속에서 사회적 편견과 허구적 이미지에 의해 재생산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장애는 비정상이고 비장애는 정상’이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자리 잡으면서 단지 다르다는 것이 ‘차별과 배제’로 이어지는 결과를 조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하루아침에 어느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는 깨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장벽들을 허무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것은 우리의 삶 속에서 발달장애인을 자주 접하고, 스스로 경험함으로써 그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의 외출은 단순히 장애인 개인의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고 나아가 구성원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본다.
발달장애인의 외출. 사소한 일상으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우리 앞에 놓인 사회적 장벽들을 허물고 진정한 통합을 위해 내딛어야 할 첫 발걸음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당당한 외출을 함께 꿈꾸어 본다.
최복천 장애아동·발달장애인 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