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생산이 더 많은 현대·기아차가 말하는 것
입력 2013-01-02 18:45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량이 처음으로 국내 생산량을 앞질렀다. 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량은 332만1892대로, 국내 생산량 318만5299대를 넘어섰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브릭스(BRICs) 지역 공장 생산량이 200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 가동된 브라질 공장을 올해 풀가동하고 2014년 기아차 중국 3공장까지 완공되면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량은 급격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지난해 1∼3분기 공장 가동률(생산능력 대비 생산량)이 112.7%에 달하고 인도 공장도 99.8%로 국내(98.7%)보다 높아 국내 생산량 대비 해외 생산량 비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는 현상은 두 가지 방향에서 바라봐야 한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현대·기아차가 경제 신흥국인 브릭스 지역에 생산거점을 확보한 것은 경제영토를 확장한 것을 의미한다. 진출한 국가의 국민에게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연관 산업의 발전을 유도함으로써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장 설립·유지비와 노동력을 활용해 생산한 자동차를 브릭스 지역에 판매함으로써 수출선 다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공장을 브릭스 주요 거점에 분산 운영함으로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위험회피 효과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1위 그룹인 현대·기아차가 해외로 진출한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생산거점의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추세로 가면 국내 공장의 ‘공동화 현상’이 생길지도 모른다. 대형 공장을 해외에 설립하면 해당 기업의 국내 투자 여력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일자리는정체되거나 감소할 수밖에 없다.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노령층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차기 정부의 핵심과제인 일자리 창출이 요원해진다.
우리 경영인들은 국내에서 기업을 운영하기가 너무 버겁다고 하소연한다. 대체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장 설립 허용 단계에서부터 가동까지 수많은 행정적·법적 제재를 가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허가 도장 하나를 받으려면 급행료를 주거나 향응을 베풀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회사 실적에 관계없이 불법파업이란 배수진을 치고 고임금을 요구하면서 귀족화하고 있는 노조도 문제다. 해외로 진출한 기업이 국내로 유턴하고, 해외에 공장을 지으려던 기업이 국내에 정주(定住)하도록 노사정(勞使政)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