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복원 왜 해야하나… 핵심종 유실되면 연쇄멸종 생태계 파괴 불가피
입력 2013-01-02 18:39
왜 돈을 들여가면서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을 해야 하나. 복원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인가.
리처드 프리마크가 쓴 ‘보전생물학입문’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 독수리, 은발 족제비와 같은 희귀종을 포획, 사육하고 방사하는 프로그램에는 수십억원의 비용과 수년간의 작업이 요구된다. 야생동물과 주민의 관계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돈 낭비에 대한 대중적 반감, 일부 농민이 입는 경제적 손실 등은 복원사업에 대한 공격의 빌미가 된다.
◇핵심 종은 생태계 건강성의 보루=핵심 종(keystone species)은 생물군집 속에서 다른 생물종의 생존 능력을 결정하는 종을 말한다. 예컨대 늑대와 같은 먹이사슬 최상위의 포식자가 사라지면 사슴 개체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많은 초본식물과 관목 식물종이 없어져 버린다. 이런 식물종의 절멸은 다시 사슴은 물론 곤충을 포함한 다른 초식동물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열대림 생물군집 속에서 핵심종인 무화과나무는 연중 긴 기간동안 열매를 맺기 때문에 많은 새와 포유동물들에게 중요한 식량자원을 제공한다. 온대림 입지에서 범람하는 곳에 댐을 만들어주는 비버도 핵심종이다. 댐은 다른 생물종을 위한 새로운 습지 서식처를 제공한다. 이처럼 늑대, 무화과 노거수 등의 핵심종은 생물 군집의 조직화와 생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핵심종의 유실은 연쇄멸종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들 핵심종 등의 복원 프로그램은 야생에서 절멸하거나 급감하는 종을 보전하고 생태계의 온전성과 건강을 보호하는 최선의 희망이다.
◇토종여우 복원사업을 둘러싼 논란=지난 10월말 소백산에 방사된 여우 한 쌍은 각각 무엇에 쫓긴 듯 민가 아궁이에서 질식사했고, 덫에 걸려서 다리를 절단했다. 여우 복원사업은 시작부터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녹색연합은 “저지대에 사는 여우는 소백산과 어울리지 않는데다 먹이를 구하기 힘든 시기에 방사했다”고 지적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노태호 연구위원은 “개체군이 적응가능한 장소가 어떤 곳인지 사전연구가 충분했는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80년대 초부터 총 942마리를 방사해 여우 복원에 성공한 캐나다 정부의 복원사업에서도 초기 생존율은 20∼25%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공단 나공주 탐방지원처장은 “여우는 덩치가 작고 취약해서 삵이나 너구리한테도 당하지만 번식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동물종 복원사업은 어차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측은 올해 중으로 야생 적응과정을 거친 토종여우 10마리를 방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우 멸종위기의 시사점=흔하던 여우는 60∼70년대에 걸쳐 급속히 사라졌다, 국토의 구성이 비슷한 편인 일본에는 여우와 곰이 많이 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식량증산 운동과 이에 걸림돌이던 쥐를 소탕하기 위해 풀어놓은 쥐약이 여우의 멸종을 재촉했다고 한다. 그보다는 여우가 주로 서식하는 생태계 내 어떤 적소(適所)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 같다. 즉 여우는 민가와 가까운 야산지대에 살면서 들판의 쥐 등 설치류, 습지와 논밭의 양서·파충류를 주된 먹이로 삼는다. 급속한 도시화 및 골프장과 도로 건설 등으로 야산과 논·밭이 사라져 여우의 먹이가 줄었다. 여우의 서식처도 파편화됐다. 따라서 여우의 복원은 과도한 도시집중으로 잃어버린 야산 생태계의 연결고리를 회복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