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제주 해군기지 6인방’

입력 2013-01-02 18:38

사회적 지탄 대상을 뭉뚱그려 ‘○○ 5적’이라고 지칭하는 사례가 많다. 물론 그 원류는 1905년 을사늑약에 앞장섰던 대한제국의 ‘을사(乙巳) 5적’이다. 하지만 1970년 시인 김지하가 당시 ‘간뗑이 부어 남산만 하고 목 질기기가 동탁 배꼽 같은’ 5개 부류 특권층의 부정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한 담시 ‘오적’도 선구(先驅)다.

그동안 나온 ‘○○ 5적’은 참으로 다양하다. 일례로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자 반대파가 이명박, 한승수, 정운찬, 민동석, 이상길 등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애쓴 이들에게 을사 5적에 비긴 ‘무자(戊子) 5적’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었다. 또 가장 최근에는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낙선하자 이정희, 공지영, 조국, 이외수, 김용민 등이 낙선에 공을 세웠다고 해서 이들을 싸잡아 ‘낙선 5적’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서해 5적’과 ‘버스대란 5적’도 있다. 북한의 장단에 맞춰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를 ‘거들었다’는 정동영·이재정·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홍익표 민주당 의원,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전자이고, 이른바 택시법을 발의한 이병석, 이명수, 최봉흥(이상 새누리당), 박기춘, 노웅래(이상 민주당) 의원이 후자.

이 같은 5적과 흡사하면서도 다른 표현으로 ‘○인방’이 있다. 원뜻은 그저 몇몇 사람들의 그룹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함축 혹은 내포된 의미는 5적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이다. 원전인 4인방은 중국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을 거느리고 악명을 떨친 4명, 즉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江靑)을 필두로 왕훙원(王洪文), 장춘차오(張春橋), 야오원위안(姚文元)을 가리킨다.

이 ‘○인방’도 이루 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등장했는데 바야흐로 ‘제주해군기지 6인방’이 어제 오늘의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엄밀히 말하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악착같이 방해한 ‘딴지 6인방’이다. 강창일, 김재윤, 김우남, 장하나, 김기식,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 이들이 법적으로 모든 문제가 종료된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끝까지 딴지를 건 이유는 ‘당의 정체성’과 ‘시민단체 눈치 보기’였다고 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당의 정체성이 무엇이고, 시민단체가 어떤 단체를 말하는지 다소 모호하기는 하지만 그 속내를 굳이 짐작 못할 것도 없다. 이들의 이름 위에 임진왜란 직전 일본에 통신사로 갔다 와서 서인 소속 정사(正使) 황윤길에 반대해 전쟁위험이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던 동인 소속 부사(副使) 김성일의 이름이 자꾸 겹쳐 보이는 건 왜일까.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