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복지사회의 기초는 돈이 아니다
입력 2013-01-02 18:22
2013년 새해를 연 첫 소식 중에 가장 큰 관심거리는 국회의 2013년 예산안 통과였다. 왜냐하면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예산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날 확정된 예산규모는 총지출 기준으로 342조 원에 이르는데 그 중 복지예산이 약 30%에 이르는 103조 원을 차지하고 있다. 큰 폭의 증액이 이루어진 복지 항목을 보면 5세 이하 무상보육과 대학 반값 등록금 지원을 위하여 각각 1조 원 이상, 월 급여 130만 원 이하 근로자들의 사회보험료 지원을 위하여 2700억 원 이상, 무공 참전 명예수당과 사병 봉급 인상을 위하여 각각 1000억 원 안팎의 예산이 증가되었다.
비록 아직도 우리나라의 GDP 대비 복지예산이 OECD 국가들 평균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지만 세계적인 경제위기 등을 감안할 때 이러한 복지예산 확대는 분명히 의미 있는 전진이라고 보아야 한다. 미국만 하더라도 임박한 ‘재정절벽의 위기’를 피하기 위하여 오바마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과 공화당이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상당수의 OECD 국가들도 재정위기를 벗어나기 위하여 복지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즉 우리나라는 매우 어려운 여건에서도 국민의 복지를 위하여 과감한 도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복지예산이 원래의 목적대로 사용되게 하려면 해당 감사기관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꼼꼼한 감시가 필요하다. 상당한 규모의 복지예산이 엉뚱한 개인과 단체를 위하여 불법적으로 사용된 경우가 이미 여러 번 적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민들의 소중한 혈세가 중간 전달과정에서 부도덕한 횡령이나 불법적인 전용의 희생물이 되지 않도록 복지사업 관련 기관들은 재정을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운용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진정한 복지가 돈만 쏟아 붓는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진정한 복지는 아름다운 인간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아무리 배부르고 재물이 풍족해도 험악한 분위기가 지속되는 가정과 일터의 사람들은 고통과 슬픔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시련이 닥쳐도 서로 화목하여 연합하는 가정과 일터에는 기쁨과 행복이 넘쳐난다. 그래서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제육이 집에 가득하고도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잠언 17:1).
한 주요 언론사는 새해 첫 기사로 치매에 걸린 노모를 보살피기 위하여 한 자리에 모여 살게 된 5형제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연로하신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소식에, 전국에 흩어져 살던 형제들이 1996년부터 자신들의 본래 생업을 접고 한 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지금까지 16년 이상 동업을 하며 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어머니를 모셨다. 덕분에 이제는 5형제는 물론이고, 서먹서먹하던 11명의 사촌들까지 절친들이 되었다. 한 노모의 불행한 치매가 다섯 가정을 하나로 묶어준 것이다. 이처럼 복지사회는 문제가 없는 사회가 아니라, 문제가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통해 행복과 감사의 이유가 되는 사회이다.
<꿈의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