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에 쪽방공동체 라디오방송국 추진하는 김한진 감독
입력 2013-01-02 18:20
“자신들의 이야기 나누다 보면 삶의 의지·연대의 힘 커질 것”
쪽방 주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의지를 키워 갈 수 있는 소출력 라디오방송국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TV 외주 프로그램과 광고,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일해 온 김한진(49) 감독은 서울의 대표적 쪽방밀집지역인 동자동에 쪽방공동체 라디오방송국을 세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방송을 통해 쪽방 주민들 간 교류가 활성화되면 삶의 의지를 키워 자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감독은 2일 “지금까지 늘 어려운 분들에 대한 마음의 빚을 지고 살았다”면서 “우리 나이로 쉰이 되고보니 더 늦기 전에 제가 가진 재능으로 이분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근 후암동 출신인 김 감독은 성장기 대부분을 동자동 주민들의 삶을 지켜보며 보냈다.
김 감독이 생각하는 공동체 라디오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사람’이다. 옆집에, 앞집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면 낯설게만 느껴졌던 이웃에 대해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김 감독은 “쪽방 주민들은 물질적으로는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지만, 자존심까지 없진 않다”면서 “각박한 시대와 사회가 이들의 자존감을 꺾으려 하지만 교회가 나서서 이분들의 자존감을 일으켜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자존감이 있으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라디오에 주목하는 이유는 접근성 때문이다. 쪽방촌 주민들은 대부분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의 소외계층으로 인터넷 환경은 기대하기도, 보급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라디오는 대량 주문할 경우 개당 1500원 정도면 보급 가능하다. 주민들도 라디오같은 ‘올드 매체’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다. 게다가 지난해 8월 노웅래 민주통합당 의원 등이 발의한 ‘공동체 라디오 방송 진흥법’과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부터 지원받을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현재 김 감독은 라디오 송신기 설치를 위해 동자동 인근 고층건물을 소유한 회사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출력은 1W로 설치 위치에 따라 2∼3㎞ 이내 주민들에게 방송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연주소(방송국)를 마련해야 하고, 상주 직원 3∼5명을 고용하는데 연간 1억2000여만원 정도가 들 예정이다. 비용 마련을 위해 김 감독은 코리아 디아코니아(한국교회희망봉사단) 등 다양한 단체와 접촉하고 있다. 모금을 통해 운영되는 다른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으로부터 운영 노하우도 배우고 있다.
김 감독은 “기독 청년들이 사회와 접점이 없어 답답해하는 모습을 자주 봐 왔다”며 “쪽방 라디오가 설립돼 교회와 사회와 청년이 서로 연결되는 접점 역할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