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양극화 어떻길래… 1% 부호들 수십만달러 보유 VS 99% 노동자 굶주림

입력 2013-01-03 04:18

‘북한은 가난해도 평등하다’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기점으로 지하경제가 북한 경제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내 양극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금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뇌물로 축적하는 당 관료, 장마당과 불법공장을 통해 돈을 버는 신흥부호 등 상위 1%는 집안에 수십만 달러의 현금을 갖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씨는 중국보다 가격이 배 이상 비싼 데도 북한에 휴대전화가 약 100만대 보급됐다는 것은 그만큼 구매력을 가진 신흥부호들이 늘어났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지하경제의 수혜자들은 주로 뇌물을 받는 당 관료, 불법공장을 운영하는 경영진, 장마당 대형 유통업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반 노동자, 농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노동자 월급은 1~2달러 수준이고, 배급제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먹고살 길이 막막해졌다. 결국 대부분 몰래 텃밭을 가꾸던지 불법공장에 취업하는 편법을 동원해 의식주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북한에서 최근 불법적인 주택매매가 늘고 있는 것도 집을 팔아야 먹고살 수 있는 엄혹한 현실에 기인한다”고 했다.

여기에다 평양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에만 지원을 집중하는 지역별 양극화가 겹쳐지면서 북한 사회 전체의 양극화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영훈 SK경제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평양시 위주의 시혜정책으로 지역 간 생활수준 격차가 더 확대되고 있다”며 “소외된 지방에서 자력갱생해야 하는 계층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양극화는 해소가 쉽지 않은 구조다. 북한은 2009년 화폐개혁 실패 이후 물가가 300배 급등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만성화됐다. 화폐개혁으로 돈이 휴지조각이 되면서 중산층은 몰락했다. 대신 최상위 1%의 부유층이 지하경제를 휘어잡고 있다. 북한판 신분 ‘유리벽’이 생겨났다는 얘기다.

또 일부 장마당을 당국이 용인하면서 북한 경제는 계획경제가 아닌 이중경제 구조로 고착화됐다. 유통과 생산구조가 정부와 지하경제로 이원화되면서 만성적인 생산부족 현상이 일어났다. 이처럼 부족한 생산물이 당국에 의해 공평하게 배분되는 게 아니라 음성적으로 극히 일부 계층에만 몰리며 빈곤 심화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