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 주연 김래원] “따뜻하고 행복한 감동 선사”
입력 2013-01-02 17:37
지난해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연인(수애 분)을 처절한 심정으로 지켜보는 배역을 맡아 숱한 여성 팬들을 울렸던 배우 김래원(32). 그가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감독 김성훈)에서 뮤지컬 음악 감독으로 변신했다. ‘인사동 스캔들’(2009)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그는 전작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서울 사간동 ‘스미스가 좋아하는 한옥’에서 지난달 31일 만난 그는 “드라마 촬영 중에 영화 시나리오를 보니 좋을 것 같아 휴식 기간도 없이 다시 영화에 출연했다”며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 가운데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어서 매우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어린신부’(2004)와 ‘해바라기’(2006) 등에서 보여준 ‘착한 남자’의 이미지를 깼다는 자신감이랄까.
김래원은 이번 영화에서 뮤지컬 ‘조선의 왕, 정조’ 주인공 오디션에 참가한 다문화가정의 열한 살짜리 꼬마 영광(지대한)을 이끄는 멘토 유일한 감독을 연기한다. 미국 맨해튼에서 뮤지컬을 공부했다며 허세를 부리는 유일한은 영광이와 파트너가 된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하지만 영광이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노래와 춤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최고의 무대를 준비한다.
김래원은 “언젠가 꼬마들과 호흡을 맞추고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스리랑카 출신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지대한은 8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김래원은 “꼬마가 촬영 1년 전부터 연기를 배웠다는데 그게 오히려 방해가 됐다. 그냥 백지상태에서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꼬마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애썼다”고 했다.
영광이는 오디션 결승전에 진출하지만 혼혈아가 조선 임금 역할을 맡을 수 없다는 주최 측의 편견 때문에 좌절을 겪는다. 김래원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심각성을 잘 몰랐다”며 “영화 ‘완득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꿈을 이루는 영광이를 통해 이런 부분에 대한 갈등이 해소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형식적으로는 김래원이 주인공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지대한의 비중이 크다. 이에 대해 김래원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 누가 주인공이냐를 따지지는 않았다”며 “지대한은 겁이 많고 내성적이어서 연습을 많이 하고도 막상 촬영 때는 못하고 울기도 하더라. 그럴 때면 ‘너가 갖고 있는 것만큼만 해라’고 어깨를 두드려 주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영화는 춤과 노래 등 뮤지컬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대부분 조연들도 실제 뮤지컬 배우들이다. 영광이와 대결하는 다른 꼬마 연기자들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 출연한 아역 배우들로 캐스팅됐다. 김래원은 “배우들끼리 앙상블을 맞춰야 하는 등 밤샘 촬영이 많아 힘들었다”며 “서로 다독여주고 격려하면서 기분 좋게 찍어 작품이 잘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래원은 영화에서 ‘영광의 노래’를 작곡하고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기도 한다. 그는 “작곡은 원래 못하고 피아노는 조금 쳤는데 이번 영화를 위해 다시 배웠다”며 “지휘 연습도 많이 했는데 이 장면이 없어져 아쉽다”고 했다. 영화 히트작이 별로 없는 그는 “새해를 맞아 따뜻하고 행복한 감동을 선사하는 이번 영화에 최소한 300만명은 몰려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웃었다. 10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