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눔-인체조직 기증] “한줌 흙 돌아갈 몸, 고통 받는 이들에게 선물을…”
입력 2013-01-01 19:24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박창일 이사장
“죽으면 한 줌의 재나 흙이 될 우리 몸을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쓴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름답고 품위 있게 죽음을 맞는 방법으로 생각하고 기증에 나서 주셨으면 합니다.”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박창일(67·대전 건양대병원 의료원장) 이사장은 사후 생명나눔 동참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박 이사장은 2010년 10월 취임 이후 인체조직 기증 활성화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여 왔다. 그 역시 3년 전 아내와 함께 인체조직 기증 희망 서약을 했다. 박 이사장을 지난 29일 만났다.
-인체조직 기증 왜 필요한가.
“2011년 우리나라에서 81만9986건의 인체조직이 이식됐다. 하지만 국내 기증률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82만건 중 거의 80%가 수입 이식재다. 인체조직을 수입하면 값이 최대 10배 이상 올라간다. 외국에선 인체조직 불법유통이 종종 적발되고 있어 수입재에 대한 안전성 우려도 크다. 국내 기증률을 높여 자급자족해야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고 안전성도 높일 수 있다.”
-인체조직 기증률이 낮은 이유는.
“인체조직이란 단어가 낯설고 어렵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부모에게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뜻)의 유교 의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도 이유다. 현행 인체조직 안전관리법상 기증된 인체조직이 존엄한 공공재가 아닌 ‘일반 상품’으로 규정돼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장기나 혈액, 조혈모세포 등 타 인체 유래물은 관련법의 재·개정을 통해 국가가 사업 자체를 관리·감독하는 ‘공공재’로 규정, 상업성을 배제하고 있다. 장기를 사고파는 행위 등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때문에 자급자족을 위해 1990년대부터 장기기증 운동이 일어났고, 국민들 인식도 많이 높아졌다. 인체조직도 이처럼 비영리로 공적 관리를 받도록 관련법 개정 및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연예인이나 국회의원 등 공인, 사회지도층의 동참이 중요할 것 같은데.
“2010년 고 박준철 의사가 인체조직 기증을 하고 지난해 탤런트 최수종·하희라씨 부부의 사후 기증 서약 소식이 전해진 뒤 인체조직 기증 희망자가 크게 늘었다. 공인들의 자발적 서약과 기증은 국민들에게 인체조직 기증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생명나눔의 실천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인체조직 기증이 활성화된 해외 국가는 어떤가.
“기증률 세계 1위(100만명당 133명)인 미국은 기증자 추모공원 등 유가족 예우 프로그램이 잘돼 있다. 2위인 스페인(100만명당 58.5명)은 인체조직 기증 및 이식 전문교육기관을 세워 의료진과 국민 교육에 나서고 있다. 100만당 6.6명으로 우리나라(100만명당 3명)와 기증률이 비슷한 영국도 몇 년 전부터 인체조직과 장기 기증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기증 독려 캠페인을 벌이며 기증률을 높이고 있다.”
-올해 계획은.
“인체조직 기증자가 연 1000명(2011년 234명)은 돼야 국내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의료진 대상 인체조직 기증 홍보 행사인 ‘천사의사 해피 브런치’를 올해 전국 10개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국 교육청과 협력해 초·중·고에서 조기 생명나눔 교육을 진행하고 종교계, 기업 등 단체 릴레이 기증에도 나설 계획이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