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숨 쉴 수 없는 그녀 위해 4년간 숨을 불어넣어 준 대학생
입력 2013-01-01 19:25
“처음 그를 본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수차례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 같지 않게 웃고 있더라니까요. 저렇게 기쁨으로 삶을 살 수 있을까. 제가 감사했어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에도 대학생 장군(28)씨는 여느 월요일처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의 한 병실을 찾았다. 장씨는 혼자서 숨 쉴 수 없는 환자 김온유(25·여)씨 곁에서 4년째 수동 앰브(주머니 형태의 호흡 보조기구)를 누르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002년 폐에 종양이 있다는 오진을 받고 수차례 수술을 받은 김씨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후유증으로 현재 사람이 곁에서 앰브를 눌러줘야만 숨을 쉴 수 있다. 2008년 이 사연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김씨를 위한 ‘릴레이 봉사’가 시작됐고 하루 4교대, 매일 20여명이 찾아와 돌아가면서 앰브를 눌렀다. 그동안 2만여명이 병실을 다녀갔다. 장씨는 그들 중 최고참으로 2008년 11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꼴로 김씨의 병실을 찾고 있다.
“저는 ‘장군님’이라고 불러요. 무서운 장군님이에요. 이제는 책 읽고 공부하라고까지 시켜요.”
“필요하니까 그런 거지. 책도 읽다 보면 재밌어.” 철학을 전공하는 장씨와 김씨는 병실에서 남매처럼 때로는 티격태격, 때로는 다정하게 시간을 보내곤 한다.
장씨는 휴학 중이던 봉사 첫해 일주일에 며칠씩 김씨의 병실을 지켰다. 지금은 밤샘팀을 자처해 매주 월요일 밤 12시간가량을 병실에서 지낸다. 시험 기간이나 방학 중에도 빠진 적이 없다.
“주변에서 힘들지 않느냐고 자꾸만 묻는데, 정말 솔직히 하나도 힘이 안 들거든요. 전 그저 몸으로 한 것밖에 없어요. 하루를 내가 누군가를 살릴 기회가 있다면… 이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장씨는 올해도 김씨를 남매처럼 돌보겠다고 다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