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세대 경제력은 금빛”… 금융권, 모시기 바람

입력 2013-01-01 20:56


최근 30년을 넘게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한 장정호(60)씨는 은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2억원에 달하는 퇴직금 때문인지 은행으로부터 ‘특급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은행에선 장씨에게 퇴직금 관리를 위한 금융상품뿐 아니라 가지고 있는 아파트와 퇴직금 활용방안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장씨는 “직장생활 할 땐 평범한 고객이었는데 이날은 VIP가 된 듯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이 장씨 같은 실버세대 붙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퇴직금 등 은퇴자금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데다 고령화사회가 급진전되고 있어 은퇴시기에 붙잡으면 진정한 ‘평생고객’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60대의 경제력은 급성장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보유자산에서 부채액을 뺀 순자산은 30대와 40대보다도 오히려 더 높았다. 60세 이상의 1인당 평균 순자산은 2억6984만원으로 40대의 2억6613만원보다 많았다. 30대의 1인당 평균 순자산인 1억8156만원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60대의 높아진 재취업률도 금융권에서는 매력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의 재취업률은 소비력이 그만큼 증가했음을 반영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1년 60세 이상 취업자는 14만9000여명 늘었다. 반면 청년층과 30대 취업자 수는 3만5000명, 4만6000명 줄었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9월까지 60세 이상의 카드 사용액은 총 1조9599억원에 불과했지만 2012년에는 9월까지 무려 4조6665억원을 사용, 2배 이상 늘었다. 20대의 카드 사용액(4조5406억원)보다도 많은 수치다.

‘찬밥신세’에서 VIP로 탈바꿈하고 있는 이들 60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금융권은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은퇴 고객을 붙잡아 최소 10년에서 30년에 달하는 기간을 우량고객으로 잡아두겠다는 생각에서다.

하나SK카드는 최근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고객을 대상으로 병원·약국 등 의료업종에서 할인 혜택을 주는 ‘하나SK행복디자인 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60세 이상이 주로 사용하는 병원과 한의원 건강진단센터, 약국 등에서 높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은퇴시장 선점을 위해 팀장급 직원 888명을 선발해 ‘100세 파트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들은 각 영업점에서 은퇴설계를 원하는 고객의 은퇴 이후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돕는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 또한 맞춤형 노후설계서비스 ‘KB골든라이프’를 운영 중이다. 국민은행은 아예 연구센터까지 차려 노후설계와 컨설팅을 준비했다. 신한·하나·NH농협은행도 최근 은퇴설계 시스템을 단장하며 60대 고객 유치에 매진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60대의 경우 예전에는 은퇴 이후 경제력이 크게 줄었지만 지금은 재취업과 철저한 노후 준비 등으로 30대 못지않은 경제력을 가진 고객이 많아졌다”며 “은행뿐 아니라 보험·증권·카드사 가리지 않고 은퇴시장에 뛰어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