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눔-인체조직 기증] 국민 10명 중 3명만 “인체조직 기증 알고 있다”

입력 2013-01-01 09:45


국민일보-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국민 인식 설문조사


전신 화상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왔을 때 피부 이식재를 즉각 공급받지 못하면 감염에 의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일명 ‘뼈암’으로 불리는 골육종에 걸린 어린이들이 건강한 뼈를 이식받지 못하면 절단을 통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가속화되는 고령화와 각종 질병·사고로 인한 장애 발생 증가, 의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처럼 인체조직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은 연간 300여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 인체조직 기증자는 2011년 고작 234명에 불과하다. 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사회 무관심, 홍보 부족, 법적·제도적 미비 등으로 우리나라 전반에 기증 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탓이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12월 10일 창간 특집 기사에서 인체조직 기증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와 가족들의 애타는 사연, 턱없이 부족한 국내 인체조직 기증 현황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다.

릐인체조직 기증 “국민 10명 중 3명만 알고 있어”=국민일보와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가 지난달 18일부터 3일간 전문 리서치 회사에 의뢰해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각 5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체조직 기증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31.7%에 불과했다.

반면 헌혈과 장기 기증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9%가 “알고 있다”고 답했고, 조혈모세포 기증 인지도는 91%에 달했다. 법적으로 ‘인체 유래물(혈액, 장기, 조혈모세포, 인체조직)’에 해당되는 ‘4대 생명 나눔’ 중 국민 인식이 가장 낮게 나타난 것이다.

장기 기증과 차이점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35.5%에 머물러 대부분 인체조직 기증과 장기 기증을 혼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접하기 전에는 응답자 중 34.4%만이 기증 희망 서약에 긍정적으로 답했고, 이 중 꼭 서약할 것이라고 답한 이들은 4.3%에 불과했다.

‘서약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15.8%, 의향도 비의향도 아닌 ‘중립’을 택한 응답자는 전체의 49.8%로 가장 높았다. 희망 서약에 긍정적으로 답한 344명에게 그 이유를 묻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42%), ‘한 사람이 100여명을 살릴 수 있어서’(24%), ‘사후에는 육체적 의미가 없으므로’(16.9%) 순으로 답했다.

기증 서약에 부정적으로 답한 158명은 그 이유에 대해 ‘어떻게 쓰일지 신뢰할 수 없어서’(40.5%), ‘시신 훼손이 우려돼서’(19%), ‘가족이 반대할 것 같아서’(17.7%), ‘주변에서 사례를 본적이 없어서’(14.6%) 순으로 답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상세하고 정확한 정보 접촉 후 기증 서약 의향자들이 접촉 전 34.4%에서 절반에 가까운 47.3%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기증 희망 서약이 아닌 실제 가족 사망 시 인체조직 기증에 동의하겠다는 응답자는 41.8%였다. 한편 응답자의 40.7%는 초등학교부터, 21%는 중학교 때부터 인체조직 기증 등 생명 나눔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릐인체조직 기증 활성화 위해 법 개정 우선돼야=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국민 관심 확산을 위해선 지속적인 홍보 및 교육과 함께 현행 ‘인체조직 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004년 제정된 인체조직 안전관리법은 헌혈이나 장기, 조혈모세포(골수) 등 다른 인체 유래물 관리법과 달리 인체 조직을 ‘공공재가 아닌 상품’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의한 ‘제품의 정도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기나 조혈모세포 기증처럼 국가 지정 전문구득기관이 세워져 있지도 않으며 조직 기증 희망자 등록제도 법제화돼 있지 않다. 때문에 지금까지 인체조직 기증 서약자는 장기의 8분의 1, 조혈모세포의 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체조직 기증의 필요성을 대중에게 알리고 기증 희망 등록을 받아 관리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인체조직 기증

뇌사상태 혹은 사후에 장기에 해당되지 않는 뼈, 피부, 연골, 근막, 양막, 인대, 건, 혈관, 심장판막 등을 기증하는 것을 말한다. 기증자 1명이 최대 150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하트 모양 안의 ‘2’는 장애로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제2의 삶을 향한 희망을 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