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선고 기다리다 목 빠지겠네!8년째 계류 고엽제 소송 등 장기미제 464건 결론 없이 또 새해 맞아
입력 2013-01-01 19:17
대법원의 장기미제사건 400건 이상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또 한 해를 넘겼다. 8년째 계류 중인 사건도 있었다.
대법원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심리기간 2년을 넘긴 장기미제 민사, 형사, 행정 사건은 모두 464건이라고 1일 밝혔다. 사건별로 보면 민사 174건, 형사 202건, 행정 88건이다.
현재 대법원에 최장 계류 중인 민사사건은 2006년 3월 접수된 ‘고엽제 소송’으로 8년째 계류 중이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국내 고엽제 피해자 김모(69)씨 등 1만7000여명이 미국의 고엽제 제조사 다우케미칼컴퍼니 등 2개사를 상대로 낸 5조1600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이다. 소송은 1999년 시작됐다. 2002년 1심 재판부는 원고패소 판결했으나 2심 재판부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원고 측 백영엽 변호사는 “피고 측도 고엽제 속 다이옥신과 후유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은 ‘올해도 선고가 나지 않는구나’라고 낙담하면서 13년을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건의 쟁점과 검토 사항이 매우 많은 사건”이라며 “가능한 이른 시일 내 결론을 내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행정사건 중에는 2007년 2월 접수된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신고서 반려처분 취소 소송이 가장 오래된 사건이다. 이주노동자들은 2005년 6월 “불법체류자가 포함된 외국인 노동조합 설립을 인정해 달라”며 소송을 내 1심에선 패소했으나 2심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형사사건은 2008년 5월 접수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 관련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사건이 최장 계류 중이다. 장기미제사건의 당사자들은 답답하다. 서울 강남의 유명 호텔에서 객실 청소원으로 일하다 2005년 해고된 김모(56)씨는 호텔을 상대로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해 1, 2심에서 승소했다. 김씨 측은 “대법에 상고한 지 1년이 다 됐는데도 언제 선고가 날지 알 수가 없다”며 “호텔에서 하루만이라도 정규직으로 다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 대법원의 평균 심리기간은 민사사건 107.8일, 행정사건 162.4일, 형사사건은 103.0일이다. 하지만 일부 사건은 선고까지 몇 년씩 걸리곤 한다. 대법의 재판 진행상황은 비공개다. 사건 당사자들은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대법원 측은 “대법의 심리는 1·2심과 달리 서면으로만 진행되고, 진행 과정이 공개되면 재판 결과 미리 추정할 수 있는 측면이 있어 비공개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