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 아동들 책읽게 했더니… 우울 사라지고 자존감 향상
입력 2013-01-01 19:17
서혜전 대구한의대 교수 조사
한정연(가명·7)양은 3년 전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었다. 아빠가 일을 나가면 늘 혼자 있었다. 한양은 말수가 적어지고 툭하면 울었다. 이런 한양에게 변화가 일어난 건 지난해 4월 서울 자양동 지역아동센터의 독서지도 프로그램을 접하면서부터다. 한양의 아버지는 “요새는 다른 아이들처럼 잘 웃고, 읽었던 책 이야기를 하며 말도 잘한다”고 말했다.
방과후 보호자 없이 방치되는 아동이 보통 아동들에 비해 우울감이나 사회적 위축감이 높고, 이를 치유하는 데 독서가 효과적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일 대구 한의대 아동복지학과 서혜전 교수가 초등학교 1∼2학년 24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보통 가정의 아동들은 우울감과 사회적 위축 점수가 10점 만점에 평균 1∼1.5점이었다. 반면 일주일에 4일,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방치되는 아동 460명의 우울 점수는 7점, 사회적 위축 점수는 8점을 기록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감과 사회적 위축이 심하다.
그러나 방치 아동 중 하루 평균 1시간가량 독서한다고 답한 20여명은 우울감 및 사회적 위축 점수가 일반 가정의 아동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 교수는 “통계청에 따르면 엄마가 돌봐주는 어린이의 독서 비율은 방치 아동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며 “방치된 아이들은 독서량이 적고 지식과 정보 습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또래 사이에서도 위축감을 일으키고 우울감으로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독서가 방치 아동들에게 긍정적 정서를 심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며 “지자체와 지역아동센터, 지역도서관 등이 연계해 방치 아동들에게 독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의 도움을 받는 방치 아동은 극히 적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초등학생 328만명 중 방치 아동 수는 97만명에 달하지만 전국 지역아동센터 수는 지난해 초 기준 3895곳에 수용 인원은 10만4982명에 불과하다. 방치 아동 중 10% 정도만 센터의 도움을 받는 셈이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