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토종 야생반달곰 산다?… 2012년 태어난 새끼곰 부계 혈통, 방사한 곰 아닌 다른 개체
입력 2013-01-01 21:02
야생 수컷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 아직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토종 야생곰은 특히 멸종위기종 복원을 위해 방사된 어미곰과 교미해 새끼를 낳게 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 1월 야생에서 태어난 지리산 반달가슴곰 4마리의 유전자 분석을 실시한 결과 이 중 1마리의 부계(父系) 혈통이 방사한 수컷 곰이 아닌 다른 개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공단은 2004년부터 도입한 반달가슴곰 36마리와 2009∼2012년 야생에서 출생한 새끼 반달가슴곰 10마리 등 총 47마리에서 추출한 혈액, 모근(毛根), 배설물 등을 이용해 유전자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2005년 러시아에서 들여온 어미곰(RF-18)이 출산한 새끼곰 2마리 중 1마리의 부계는 역시 러시아산 방사곰(RM-19)으로 나타났으나 다른 1마리는 지리산 방사곰과 일치하는 유전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RF-18이 2011년 여름 RM-19 및 지리산 토종 반달곰과 각각 짝짓기를 해 ‘아비가 다른’ 두 새끼를 밴 뒤 함께 출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곰은 ‘다부다처제’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흑곰의 경우 어미곰 7마리 가운데 2마리가 한 배에 서로 다른 수컷 곰의 새끼를 출산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한상훈 과장은 “RF-18의 교미 당시 활동지역이 그동안 야생 반달가슴곰의 서식처로 추정됐던 경남 산청군 삼장면 장당골 부근”이라고 밝혔다. 한 과장은 “천왕봉 동쪽 치밭목 산장에서부터 내원사 위쪽에 이르는 장당골은 지리산에서 인적이 가장 드문 곳”이라고 말했다.
지리산에서는 2001년 야생 반달가슴곰이 무인카메라와 TV카메라에 찍혔고 이후 곰이 나무에 오른 흔적 등이 발견됐다. 공단 생태복원부 양두하 과장은 “이로써 토종 곰의 혈통이 이어지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