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정국 기상도] 박근혜 정국주도 속 4월 재·보선 安風 ‘태풍의 눈’
입력 2013-01-01 23:28
올해 정치권은 ‘박근혜 대 박근혜’의 싸움이 될 것 같다. 여당에는 그에게 필적할 2인자가 없고, 야당엔 그와 겨룰 만큼 힘센 정치인이 없다. 대통령의 권력이 가장 막강한 집권 첫해, 여의도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에 따른 여야 기선잡기, 새 정부와 새누리당의 당·청 관계, 여야를 불문한 내부 당권 다툼이 정치권 이슈가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큰 소용돌이는 야권 정계개편일 수 있고, 그 중심엔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가 있다.
◇여야 및 당청 관계=새 정부 출범에 따라 새누리당의 ‘박근혜호(號) 힘 실어주기’와 민주통합당의 ‘새 정부 길들이기’ 싸움이 첨예할 전망이다. 여야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로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강하게 대립한 데서 엿볼 수 있듯 새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과 야권의 진보 논리가 충돌할 경우 의외로 정국이 급랭할 수 있다.
당장 2월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가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법 개정 문제도 화약고다. 4월 24일로 예정된 재·보궐선거는 자연스레 새 정부 초기 국정운영, 아니면 민주당을 심판하는 선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경우에 따라선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이견 때문에 새 정부 청와대와 새누리당 간 불협화음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는 1일 나란히 신년 행사를 통해 결기를 다졌다. 박 당선인은 새누리당 신년 인사회에서 “과거는 털어버리고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다같이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협력을 당부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신년식에서 “철저하게 반성하고 처절하게 혁신해야 한다. 믿음을 갖고 (반성과 혁신의 결과를) 행동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야 내부 권력다툼 가능성=새누리당은 황우여 대표의 임기가 내년 5월까지고, 황 대표와 박 당선인과의 관계도 좋아 당분간 안정적인 황 대표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한구 원내대표 임기가 5월로 끝나게 돼 새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계가 힘겨루기를 벌일 수 있다. 친박계 의원들의 입각 등을 매개로 친박·친이계 갈등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지도부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박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이달 초 추대키로 했지만 적임자가 마땅찮은 데다 비주류에선 ‘2월 조기 전당대회론’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대를 계기로 친노무현계 주류와 비노무현계 비주류 간의 대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선 패배 원인을 둘러싼 ‘평가 문제’를 놓고도 격돌이 불가피하다.
◇안철수발(發) 새 정치 바람 다시 불까=안 전 후보가 촉발시킨 새 정치 바람이 계속 불지도 관심거리다. 비록 그가 대선 무대에선 중도 퇴장했지만, 그로부터 시작한 정치혁신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미완으로 남아 있다. 여든 야든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기 위해 정치쇄신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정치쇄신 공약은 야권에 비해 결코 약하지 않다”며 “당선인 의지가 강한 만큼 당에서도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등 돌린 민심을 되찾기 위해선 정치혁신 카드를 빼 들지 않은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 체류 중인 안 전 후보가 어떻게 정계에 재등장할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선 올해 당장 안 전 후보가 정치권에 연착륙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그 역시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데다 민주당과의 관계도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단일화 및 선거운동 과정에서 안 전 후보에게 서운한 마음을 갖고 있어 당장 양측이 뭘 같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귀국 뒤 4월 재·보선에 직접 출마하거나 신당 창당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계속 나온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청춘콘서트’ 강연회처럼 국민과의 직접 접촉으로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결국 안 전 후보의 정치적 공간은 기존 정치권의 노력 여하에 따라 아예 사라질 수도, 반대로 다시 한 번 무한대로 늘어날 수도 있다.
손병호 김나래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