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정국 기상도] 제주해군기지 힘겨루기에… 예산안, 결국 2012년내 처리 못해

입력 2013-01-01 23:29


2013년도 예산안이 밤샘 진통 끝에 1일 오전 6시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대 국회는 임기 4년 중 첫해부터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지키지 못한 것은 물론 해를 넘겼다는 오명을 남겼다. 5년 만의 첫 예산안 합의 처리란 기록도, 여야의 정치쇄신 기조도 무색해졌다. 국회는 본회의에서 342조원(총 지출 기준) 규모의 올 예산안을 재석 의원 273명 중 찬성 202명, 반대 41명, 기권 30명으로 가결했다.

전날 밤 11시10분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될 때만 해도 자정 전 처리는 당연시됐다. 하지만 제주해군기지 예산 문제가 막판 쟁점으로 부상했다. 사업 추진의 사전 단서 격인 부대의견을 두고 민주통합당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낮에 열린 양당 원내대표단 협상에서는 ‘군항 중심 운영에 대한 우려 불식’ 등 3개항을 넣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밤 10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이 이 같은 여야 합의안에 거세게 반발, 상황이 달라졌다.

30분 뒤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정청래 의원은 3개항을 지키지 못할 경우 예산 집행을 멈추고 공사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4항을 넣는 수정안을 제안했다. 이에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3개항 이행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 뒤 예산을 집행한다’는 단서를 포함시키자고 요구했고, 이번엔 새누리당이 거절했다. 결국 0시를 4분 앞두고 강창희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개의했지만 차수변경 뒤 곧바로 정회를 선포했다.

이때부터 양측의 지루한 힘겨루기가 계속됐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요구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양당은 강 의장 주재로 수차례 원내대표단 협상을 하고 의총을 잇달아 열면서 새벽 3시40분쯤 추가 절충안을 마련했다. ‘3개항을 70일 이내 조속히 이행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 후 예산을 집행한다’는 문구를 넣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공사는 국방부와 제주도의 항만관제권 등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앞으로 70일간 중단된다.

본회의는 새벽 3시59분쯤 속개됐고, 예산안 표결은 5시30분쯤 이뤄졌다. 강 의장은 예산안 처리가 늦어진 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도 “여야가 모처럼 합의 처리를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런 ‘지각’ 예산안은 올해부터 사라진다. 올 5월 국회 선진화법이 발효되면 예산안은 법정 처리 시한 48시간 전까지 예결위 심사가 끝나지 않을 경우 본회의에 자동으로 넘어가게 된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