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정절벽 협상 타결] “불확실성의 안개 걷혔다”… 국내 수출기업 훈풍 기대
입력 2013-01-01 19:09
미국의 재정절벽 위험이 잠정 해소되면서 2013년 한국 경제의 어깨를 짓누르던 불확실성이 한층 옅어졌다. 자본시장에선 오름세를 확신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수출 기업들도 오랜만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자칫 최악의 한 해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훈풍=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재정절벽 위험에서 벗어남에 따라 외국인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투자심리 회복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상반기 중 2300선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재정절벽 협상 타결로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돼 시중금리가 오를 수 있다”며 “채권시장에서 빠진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와 당분간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재정절벽 관련 이슈는 이미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돼 있던 상태라 오름세가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럼에도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회복세를 타고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면 그동안 저평가된 증시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숨 돌린 수출기업= 그동안 미국에선 재정절벽 위험성 탓에 기업 투자와 소비 심리가 억눌려왔다. 이번에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가계와 기업의 체감지표가 호전되면 미국 경기도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지갑을 열지 않았던 소비자들이 소비를 늘려 수요가 되살아날 공산도 크다.
이는 한국의 수출 기업들에도 호재로 작용한다. 지식경제부는 이날 올해 수출액이 5705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4.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입은 5455억 달러로 5.0% 늘어나면서 무역수지는 250억 달러 규모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경부는 세계 경제 여건이 완만하게 개선되며 IT제품, 일반 기계 등 대부분 품목의 수출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신흥국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재정절벽 위험성 해소는 미국 수출 증대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남아 있는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절벽 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해도 한국 경제가 저절로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다. 남아 있는 불확실성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낮추며 “글로벌 경기 약화, 심리 위축 등으로 경기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진국의 경기부진이 당초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는 가운데 신흥국 경제도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여전히 유럽발 재정위기가 풀리지 않고 세계적으로 저성장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 수출주도형인 한국 경제만 ‘고공비행’ 하기를 바라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은 세계 경제 성장세가 지난해보다는 개선되겠지만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내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재정보강, 제도개선 등 가용한 범위 내에서 경제 활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