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새벽 열고 희망찾는 서민들… 출발 2013! 삶의 현장 르포
입력 2013-01-01 21:11
해가 바뀌어도 대한민국의 새벽은 여전히 분주했다. 꼭두새벽부터 나온 서민들은 거리 곳곳에서 억척스레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1일 본보가 서울시내 곳곳을 돌며 계사년(癸巳年) 첫 일출보다도 먼저 삶의 현장으로 나온 이들을 만나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
버스기사 조대연(39)씨는 1일 오전 4시 서울 송파동 공영차고지에서 360번 시내버스에 시동을 걸었다.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예고 없이 내린 새해 첫 눈이 부담스러운지 평소보다 운행 속도를 늦췄다.
장지역에서 50대 여성이 버스에 올라타자 그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말을 건네며 환하게 웃었다. 조씨의 새해 소망은 소박했다. “올 한 해도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라고, 더불어 가족들도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버스가 노량진역에 멈추자 청소원 김미옥(55·여)씨가 얼굴을 꽁꽁 둘러싼 목도리 사이로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버스에 올라탔다. 김씨는 평소처럼 건물 청소일을 하기 위해 고속터미널역으로 향했다. 김씨는 “지난해엔 경기도 안 좋고 몸도 아팠는데 올해는 평안한 일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벽 5시에 도서관을 찾은 학생도 있었다. 서울 연세대학원 신소재공학과 3학기 정성석(26)씨는 오전 5시4분 교내 중앙도서관에 들어섰다. 논문을 준비 중인 정씨는 두꺼운 참고 자료를 꺼내놓으며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정씨는 “며칠간 고민 끝에 올해 제 삶의 키워드를 ‘성실’로 정했다”며 “급한 논문이 아니지만 새해 첫날부터 도서관에 나온 것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벽에 집을 나서려는데 어머니가 따라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주시더라”며 “날 아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대충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여전히 어둠이 가시지 않은 오전 4시30분쯤 연대 앞 골목에서는 칼바람을 견디며 거리를 쓸고 있는 청소원이 보였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자 그의 몸놀림은 더욱 분주해졌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1분도 지체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는 빗자루 질을 멈추지 않은 채 “눈이 쌓이면 청소하기가 더 힘들어지고 내가 지체하면 동료가 함께 고생해야 한다. 그러나 거리를 깨끗이 쓸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며 웃었다..
밤늦게까지 가게 문을 닫지 않는 음식점 주인들은 가게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서울 대방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44·여)씨는 “밤늦게 일을 마친 직장인이나 새벽 일찍 식사하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새해에는 경제도 안정되고, 서민들의 삶도 더 나아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글·사진=이용상 김미나 이사야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