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앞뒤 맞지 않는 김정은 육성 신년사
입력 2013-01-01 18:29
개방 통해 남북관계 복원하고 ‘인민생활’ 향상시켜야
올해 북한 신년공동사설은 없었다. 대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들을 통해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일성 사후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과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기관지 청년동맹, 군 기관지 조선인민군에 매년 게재해온 ‘신년공동사설’을 19년 만에 김일성이 하던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3대 권력 세습 이후 그가 김일성을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과 복장을 해온 것처럼 신년사도 김일성 형식으로 전환해 군과 주민들의 충성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남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근본전제”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을 간접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가 남북정상선언을 이행할지 여부에 따라 남북관계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나 새누리당을 겨냥한 극단적인 비난이 없었다는 대목에서는 남북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남북관계가 냉각된 책임은 상당부분 북측에 있다는 점이다. 북한군에 의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천안함 폭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그리고 미사일과 핵 도발이 남북관계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김 제1위원장이 진정으로 남북관계 복원을 원한다면 이런 망동을 재발하지 않겠다는 약속부터 해야 마땅하다.
남북관계는 박 당선인 앞에 놓인 난제 중 하나다. 지금과 같은 대결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섣불리 유화책을 쓸 계제도 아니다.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북한에 대한 제재방안이 유엔에서 본격 논의되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란 얘기다. 박 당선인은 서둘지 말고 김정은이 진실로 개혁·개방 의지를 갖고 있는지 확인한 뒤 한반도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해 나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민생경제다. 지난해 신년공동사설에서 “경공업 부문과 농업 부문에서 대혁신의 불길이 세차게 타오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김 제1위원장도 “농업과 경공업은 여전히 올해 경제건설의 주공전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건설의 성과는 인민생활에서 나타나야 한다”고 했다. 현재 북한에서는 식량난은 물론 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일반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김 제1위원장이 ‘인민생활’을 수차례 언급한 것은 주민들의 불만이 체제 위협 요인이 되지 않도록 다독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핵무기 개발에 엄청난 돈을 퍼부으면서 ‘인민생활’이 향상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으려면 핵불능화라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