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DK 주최 2012년 신인 디자이너상 최지형·고태용씨 “여성대통령, 고부가가치 패션산업 육성 기대”
입력 2013-01-01 20:54
새해가 밝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패션 시장의 키워드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에너지인 ‘바이탈리티(Vitality)’로 봤다. 지난 한해는 계속된 불황과 변화된 소비문화로 과거를 그리워하는 ‘복고’와 스스로 위안을 찾고자 하는 ‘힐링’이 화두로 떠올랐었다. 핵심가치(Core Value)를 강조하며 내실을 다졌던 지난 한해를 발판삼아 올해는 활기찬 도약을 할 것으로 내다 본 것. 패션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도약을 이끌어 갈 두 신진 디자이너 최지형(36)과 고태용(31)을 만났다. 지난주 금요일(12월 2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최지형의 숍에서. 이들은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K) 주최 2012년 신인 디자이너상을 지난달 21일 받았다. 올해 1회 이상 서울 컬렉션을 개최한 디자이너 중에서 독립브랜드 운영 경력 3년 이상 10년 미만인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일간지, 패션전문지 및 잡지의 패션 전문 기자 38명이 투표를 한 결과다.
-우선 수상을 축하합니다
△최지형=감사합니다. CFDK의 첫상이어서 특별하고, 더욱이 패션 전문기자들이 뽑은 상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고태용=전문가들에게 검증을 받은 셈이니 기쁩니다.
-두 분다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 활발히 활동 중인데, 어떤 옷을 만드시는지요
△최=2006년 ‘CHOJIHYUNG’을 선보였고, 이듬해 ‘JOHNNY HATES JAZZ’를 론칭했습니다. 지난해 CJ오쇼핑과 협업으로 ‘더 쟈니러브’를 내놨습니다. 문장으로 된 브랜드명이 특이하다고 하는데, 스토리가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붙인 이름입니다. ‘쟈니’는 보통 남성 이름이죠. 그만큼 여성복이지만 중성적 이미지가 강합니다. 클래식한 아이템이 많은 편이고, 색깔 실루엣은 모던하지만, 트랜드(유행)를 반영한 동시대적인 디자인입니다.
△고=2008년 남성복 비욘드 클로젯(Beyond closet)을 런칭했습니다. 클래식라인과 세컨 라인인 ‘캠페인’이 있습니다. 저도 CJ오쇼핑 ‘셀렙숍’에 입점해 있습니다. 나이를 먹지 않는 네버랜드를 패션에 담고 싶었습니다. 클래식에 재미있는 요소를 더해 누구나 쉽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디자인이 컨셉트입니다.
이들의 직함은 나이를 의식해선지 대표이사가 아닌 디자인실장이다. 아직 단독매장보다는 컬렉션숍과 홈쇼핑 매출이 높지만 이를 구태여 감추지 않았다. 자신들이 만드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 옷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습니까?
△고=일상에서 얻습니다. 학생일 때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디자이너가 적어 놓은 테마를 보면 더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테마를 잡기로 했어요. 예를 들어 사파리룩을 할 때는 곤충 재집을 테마로 했습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해본 것이니까요. 올봄 컬렉션에서 선보일 2013년 가을 겨울 패션 테마는 카페로 잡으려고 합니다. 카페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일상을 풀어보는 것이지요.
△최=제가 제일 관심이 가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2010년 FW 서울컬렉션의 주제는 ‘쿠바’였어요. 그때 쿠바로 여행을 가고 싶어서 꽂혀 있었거든요. 쿠바의 사회주의적인 회색 빛 무드, 춤과 음악에서 느껴지는 열기와 열정 등을 디자인으로 풀어냈어요.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상상을 극대화할 수 있었지요. 지난 가을에 선보인 2013 SS 서울패션위크 때는 알래스카가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두 분 모두 해외 컬렉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해외에서 한국 패션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고=한국디자이너들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해외 유명 편집숍은 한국디자이너들만 모아 행사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중국 디자이너들이 뜨고 있습니다.
△최=맞아요. 그동안 해외 무대에서 아시아 디자이너들로 일본 디자이너들이 각광을 받았다면 그 뒤를 잇는 건 중국 디자이너들입니다. 물론 한국 디자이너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간 했습니다. 한류의 영향도 있고요.
최지형은 2011 서울 텐 소울(SEOUL s Soul)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돼 그해 10월 파리에서 단독 컬렉션을 가졌다. 고태용은 2011 파리 트레이드 쇼 트라노이 펨므에 참가했다. 이후 이들은 계속 해외 무대를 두드리고 있다. 매출도 꽤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계획은?
△최=내수는 물론 해외시장을 다양한 경로로 공략할 계획입니다. 남성복 잡화 등도 론칭할 생각이고요.
△고=언젠가는 여성복도 하고 싶습니다. 물론 해외 컬렉션에도 서고 싶습니다. 단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때 도전할 생각입니다.
고태용의 말에 최지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 디자이너들이 파리와 뉴욕 컬렉션에서 1,2번 패션쇼를 한 뒤 국내 홍보용으로 썼던 일을 들었던 모양이다. 현재 다양한 경로로 국내 디자이너들이 외국 컬렉션에 서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뉴욕으로, 서울시는 파리로 디자이너들을 내보내고 있다. 또 제일모직 등 국내 브랜드들도 자체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의 해외 컬렉션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 디자이너들은 일본에 이어 중국 디자이너들에 가려져 있다. 이들의 활기찬 활약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는데
△고=대통령 선거운동 때 동대문 패션몰도 방문하고 패션사업에 관심이 있는 대통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패션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최=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위기에 강한 분이더군요. 국내 경제위기를 잘 넘길 수 있는 리더가 됐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융합할 수 있도록 끌어안는 대통령이 됐으면 합니다.
두 사람은 옷을 만드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무겁지 않았지만 천박하지 않았고, 나름의 철학으로 무게 중심을 확실하게 잡고 있었다. 이들은 국민일보 독자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인사말을 합창으로 남겼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