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이석] 우리 경제의 희망을 노래하자

입력 2013-01-01 18:20


올해 우리나라 경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3% 내외 성장에 그치고 장기적 성장추세도 꺾이고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전망이다.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 이와 연관된 가계부채와 은행부실, 부진한 설비투자가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 재분배성격의 복지정책과 대기업집단의 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은 잠재성장률을 낮추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선 공약들의 실천 방법과 우선순위를 두고 정치적 갈등이 노골화될 수 있고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는 노조 투쟁도 격렬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올해 우리 경제는 어렵겠지만, 여러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유효성이 의심스런 경제정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일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미(美) 연준은 실업률이 6.5% 이하로 하락하거나 물가상승률이 2.5%를 넘을 때까지, 제로에 가까운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정도로 경기상황은 좋지 않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저금리·저성장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선출된 아베 총리는 무제한적인 엔화증발을 선언했지만, 이것이 일본 경제를 소생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이로 인해 수출을 늘리려고 자국통화를 경쟁적으로 절하하는 환율전쟁이 촉발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유로존의 올 경제전망도 밝지 않다. 남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는 여타 유로존 국가들에게도 어려움을 안겨주어 역내 교역이 위축되고 있다. 올해 성장률은 0% 내외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중앙은행이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를 매입해서 이들의 부도사태를 모면시켰지만, 방만한 재정지출을 부추긴 셈이어서 유로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높아졌다.

이들의 어려움은 우리의 수출 전망도 어렵게 할 것이지만 우리는 그런 차원을 넘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분배와 성장 간의 갈등이다. 성장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분배를 위한 정치적 투쟁이 가속화될 위험이 다분하다. 2월에는 ‘성장과 분배’의 투 트랙 정책을 내세우는 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성장과 분배 중 어느 쪽으로 새로운 정부의 정책 중심이 기울어질지 주목된다. 분배를 둘러싼 갈등은 소비자의 필요를 발견하는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혜택은 더 누리고 비용은 적게 부담하려는 투쟁과 갈등을 빚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우리가 희망을 언급하는 것은 현명한 유권자들이 분배를 강조한 대선후보가 아니라 성장 화두를 먼저 꺼낸 후보에게 과반의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대증적인 경기부양정책과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성장 정책 간에도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다. 미국 일본 등 여러 선진국들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와 연이은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고통을 수반한 근본적인 구조조정보다는 경기부양책에 전념했다. 그렇지만 침체의 터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인위적인 저이자율이 빚어내는 왜곡효과가 누적되어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해서 앞으로 경제정책 입안자들은 당황할 것이다. 거시경제학에서 경기침체 때 총(總)유효수요를 창출하라고 배웠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이 누적될 때 언제 어떤 식으로 그만두고 어떤 정책을 써야 할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우리 정치인과 정책입안자들도 예외가 아니지만, 우리는 아직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 국민은 필요하다면 금반지도 장롱에서 꺼낼 만큼 고통도 감내할 태세가 되어 있다. 정치가와 정책입안자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간다면, 우리 국민은 단기적 이익에 연연해서 장기적 이익을 해치는 일을 자제할지 모른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硏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