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중 아이 독서습관 키우려면 부모가 직접 소리내 읽어주세요
입력 2013-01-01 17:53
까치발을 한 채 서가에서 읽고 싶은 책을 찾는 아이들. 삼삼오오 몰려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소곤거리듯 책 읽어 주는 엄마 목소리를 놓칠 세라 귀를 쫑긋 세운 아이들. 바깥은 찬바람 쌩쌩 부는데, 도서실 안은 엄마 품처럼 포근하다. 지난주 금요일(12월28일) 오후 서울 서림동 신성초등학교 도서실 풍경이다. 방학 동안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공부하라는 말 다음으로 많이 하는 것이 “책 읽어라”가 아닐까? 온라인게임에 흠뻑 빠져 있는 아이들. 그들 손에 게임기 대신 책을 쥐어 주고 싶은 부모들에게 강인경(43)씨는 “부모가 직접 책을 소리내 읽어 주라”고 권했다.
강씨는 지난달 20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자체 제작한 ‘책 읽어주세요’ 독서 가이드북 활용 체험수기 2012년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여섯살짜리 아들(김홍준)에 대한 독서지도 경험을 담은 ‘만화의 숲에서 길을 묻다’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강씨를 이날 신성초교 도서관에서 만났다.
“중3인 큰 아이가 남들 하는 만큼 공부도 하고, 속도 깊고, 컴퓨터 등 스마트 기기도 척척 다루지만 책과는 소원한 감이 있어 안타까웠다”는 강씨는 아홉살 터울로 얻은 둘째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어릴 때부터 정성을 쏟았다고 했다. 거실에서 TV를 추방했고, 차에는 동요 대신 동화가 녹음 된 CD를 갖고 다녔다. 20개월 무렵부터 매일 1시간씩 책을 읽어주고, 놀 때도 책으로 집짓기를 하도록 했을 정도였단다.
강씨의 정성 덕분에 책 좋아하는 아이로 자란 홍준이는 여섯살이 되면서 만화에 시나브로 빠져들었다. 강씨는 그런 홍준이를 붙잡고 “만화책을 너무 많이 읽으면 편식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동화책도 보라고 권했지만 잘 듣지 않았다. 강씨는 홍준이가 만화책을 읽지 못하도록 한데 모아 끈으로 꽁꽁 묶어 놓았다. 바로 그 즈음 ‘책 읽어주세요’를 만났다는 강씨는 “그동안 홍준이에게 책을 읽어주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홍준이가 혼자 책을 읽게 되면서 저도 편해졌고, 그래서 홍준이의 독서 양상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겁니다.”
강씨는 다시 홍준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서 만화에 대한 금독령도 풀어줬다. ‘ 책 읽어주세요’에서 ‘아이가 시리즈물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읽는다면 놔두세요’라는 조언을 받아들인 것. 아마 이 조언을 제때 만나지 못해 계속 만화를 못읽게 했다면 홍준이는 독서에 대한 재미를 영영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강씨는 “만화책을 못읽게 하자 눈에서 총기가 점차 사라지는 것 같았고 무료해 했다”고 되돌아봤다.
“큰 아이가 3학년 때 홍준이를 낳았어요. 아이가 커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우를 타더군요. 그래서 매일 30∼40분씩 성장소설인 ‘사라’를 읽어줬더니 엄마와 교감을 느껴선지 좋아졌어요.”
신성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이기도 한 강씨는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은 확실히 독해능력이 떨어진다”면서 아이가 싫어하더라도 꾸준히 책을 읽어 줄 것을 권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기획협력과 안인덕 주무관은 “3세 이전의 영유아는 물론 독서성숙기인 청소년들에게도 소리내어 책을 읽어주는 것은 독서에 재미를 붙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에게는 신문 잡지 시집에서 뽑은 짤막한 글, 장편소설의 첫구절이나 클라이막스를 읽어 주면 책을 스스로 찾아 읽도록 유도할 수 있다. 안 주무관은 “책 읽어 주기는 날마다 같은 시간대에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읽어주기로 한 시간에 귀가를 못하면 전화로라도 책을 읽어주라고 했다. 책을 읽어 줄 때는 자녀가 이해할 때까지 설명하기보다는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다 읽은 다음 대화를 통해 책 내용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좋다.
안 주무관은 또 “책을 읽어 주는 중간에 아이들이 질문을 할 때 귀찮아해선 안 되고, 특히 책 읽어주는 것을 담보로 아이를 위협해선 절대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방 청소를 하지 않으면 책을 읽어주지 않을 거야” 등 책을 위협 수단으로 삼으면 책에 대한 아이의 태도가 부정적으로 바뀐다는 것. 또 책과 TV 또는 컴퓨터를 경쟁상대로 삼아서도 안 된다. TV나 컴퓨터 하는 시간과 책 읽어 주는 시간, 둘 중 하나를 고르게 하거나 책읽기를 강요하면서 TV를 못 보게 하거나 컴퓨터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