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정절벽 협상 타결] 세수 증대만 합의… 부자 감세 축소 등은 공방 예상

입력 2013-01-01 19:10


미국 공화당과 백악관은 재정수지 악화를 막기 위한 두 가지 방안, 즉 세수 증대와 재정지출 삭감 중 세수를 늘리는 데는 상대적으로 일찍 합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재정절벽 관련 기자회견을 연 31일 오후 1시쯤 이미 증세 부문은 합의가 이뤄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부터 시행된 세금 감면 혜택 만료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 ‘부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부시 행정부 이전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결국 양측은 31일 부부 합산 연소득 45만 달러 이상, 개인 소득 40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에 한해 35%에서 39.6%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부 합산 기준 45만 달러 미만의 중산층 등을 상대로 한 세금 감면 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 부부합산 소득 45만 달러 이상, 개인 소득 40만 달러 이상 부유층의 재산소득 및 배당세율도 15%에서 20%로 올라간다.

이와 함께 장기 실업수당도 1년간 연장키로 해 200만명의 실업자가 1월부터 지원이 끊길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부양자녀 세액공제(CTC), 근로장려 세액공제(EITC), 교육비 공제(TTC) 등도 5년 연장하기로 했다. 상속세는 과세 대상을 현행처럼 500만 달러로 하되 이를 초과하는 자산(재산)에 대해선 세율이 35%에서 40%로 상향조정된다.

이들 조치를 모두 취합하면 신규 세수입은 향후 10년간 6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그러나 애초 백악관이 공화당에 제안한 1조2000억 달러의 절반에 그쳤고, 타협이 안 돼 모든 감세 조치가 종료되면 세수로 잡힐 수 있었던 것에는 20%에도 못 미친다.

이는 세수 논쟁이 1월부터는 세율에서 세금우대(감세)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부족한 재원을 더 확보하려고 부유층의 감면 혜택 축소 등을 통한 세수 증대에 적극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화당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연방예산 자동삭감, 이른바 ‘시퀘스터(sequester)’를 2개월 뒤로 연기하는 데만 합의해 새 국회 회기가 시작되자마자 이번보다 더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예상되는 하원 표결도 변수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번 타결안에 대해 숫자를 고치겠다며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협상을 타결시킨 조 바이든 부통령의 협상력도 주목받고 있다. 해리 리드 상원 민주 원내대표와의 협상이 결렬되자 미치 매코널 공화 원내대표는 오랜 친구인 그에게 ‘구원등판’을 요청했다. 바이든은 협상에 나선 지 11시간 만에 36년간의 상원의원 경력에 바탕한 친화력과 노련한 협상력으로 난국을 타개했다. 바이든은 공화당의 세금 인상 반대론자들을 어떻게 설득했냐는 질문에 “어이! 나 여러분의 친구, 조 바이든이야”라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