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19년 만의 육성 신년사] 발끝까지 ‘할아버지 스타일’… 내용·형식 모두 김일성 모방

입력 2013-01-01 18:52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는 형식과 내용, 외모까지 모두 ‘김일성 스타일’이었다. 1일 오전 9시5분쯤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 발표된 육성 신년사는 “인민군 장병과 인민에게 새해의 따뜻한 인사를 드린다. 온 나라 모든 가정에 화목과 더 큰 행복이 있기를 축원한다”는 말로 시작됐다. 발언 도중 박수소리가 나온 걸로 미뤄 노동당 청사에서 당 간부들을 앞에 두고 신년사를 발표한 듯하다. 북한 방송들은 ‘실황중계’란 표현을 쓰지 않아 녹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신년사 관행은 1946년 1월 1일 0시 김일성 주석이 ‘신년을 맞으며 전국 인민에게 고함’이란 제목의 연설을 하면서 시작됐다. 김일성은 1994년 사망 전까지 해마다 집무실이었던 금수산의사당(현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항상 새해를 맞는 인민에 대한 축원 등을 담았다.

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육성 신년사를 한 번도 안 한 대신 당보 노동신문, 군 기관지 조선인민군,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기관지 청년전위에 자신이 직접 감수한 ‘신년공동사설’을 게재했다. 김정일 개인이 아닌 노동당과 국방위원회 공식 입장 형태로 신년 메시지를 제시한 셈이다. 내용도 김 제1위원장 신년사에 등장한 ‘새해 인사’ ‘화목과 행복’ 같은 감성적 언급은 철저히 배제됐다.

아버지의 사망에 갑자기 권력을 승계한 김 제1위원장은 헤어스타일과 복장 등 ‘할아버지 따라하기’를 통해 부족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보완해왔다. 육성 신년사 역시 김 주석을 흉내 낸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의 육성 신년사 연설 시간은 21분30초로 할아버지보다 짧았다. 김 주석의 신년사 가운데 긴 편에 속하는 1991년 연설은 무려 50분간 이어졌다.

김 제1위원장은 1일 0시 부인 이설주와 함께 모란봉악단의 신년경축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새해 첫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도 ‘퍼스트레이디’ 동반 행보를 이어갈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이어 김 주석과 김 국방위원장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 이 자리에는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공로자들도 함께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