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정절벽 끝자락서 아슬아슬한 막판 담판… 저소득층 감세·실업수당 연장 ‘스몰 딜’ 가능성

입력 2012-12-31 19:20


미국 정치권의 지루한 공방 속에 재정절벽(fiscal cliff)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금이 치솟고 정부 지출은 자동 감축되는 재정절벽 타개를 위한 협상 시한을 이틀도 채 남겨놓지 않은 30일(현지시간)에도 공화·민주 양당 지도부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공화당 협상 대표로 나섰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지금 절벽으로 몰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협상 시한인 31일 밤 12시까지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았다. 공화·민주당 지도부는 31일 오전 11시(한국시간 1일 오전 1시)부터 마지막 담판에 나섰다.

현재로선 각종 세금 감면혜택 연장, 재정적자 감축 유예 등 일괄 타결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다만 최악을 피하기 위한 백악관과 의회의 ‘스몰 딜(small deal)’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이는 연간 소득 25만 달러 미만 가구에 대한 세금 감면과 200만명에 달하는 실업수당 연장안 만이라도 통과시키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금 폭탄, 빈곤층 혜택 중단 등 최악의 사태는 일시적이나마 막을 수 있다.

실낱같은 희망도 살아있긴 하다. 협상 막바지에 공화당은 그동안 핵심요구 사항으로 내걸었던 사회보장수당 인상률 산정방식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빈곤층 사회보장수당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던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잠재적인 진전이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아직도 시간은 남아있다.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재정절벽 협상의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째, 협상이 전혀 타결되지 않는 ‘노 딜(no deal)’ 상태다. 이 경우 가구당 평균 3000달러 이상 세금을 더 내고, 재정 지출은 연간 6000억 달러가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미국 경기는 급강하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정치권의 의지로 실제 발생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둘째, 31일 자정 전까지 일부 현안에 대한 타결이 이뤄지는 경우다. 이렇게 되려면 세율 인상 대상을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 가구(민주당)로 할 것인지, 100만 달러 이상 가구(공화당)로 할 것인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 1월 중에라도 일부 타결할 경우다. 재정비탈(fiscal slope)로 막아보자는 것이지만, 이마저 타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 경제는 번지점프 방식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FT는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오바마와 공화당이 최근 몇 주간 시도해왔던 빅딜(big deal)로, 현 시점에선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