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방송 종료… 5만가구 TV ‘먹통’
입력 2012-12-31 18:59
서울 등 수도권의 지상파TV 아날로그 방송 송출이 31일 오전 4시를 기해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미처 디지털TV로 전환하지 못한 가구에서는 TV화면이 검게 나오는 ‘블랙아웃’ 상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서울 개봉동에 사는 김용래(83) 할머니는 갑자기 TV가 나오지 않아 오전에 주민센터를 찾았다. 아날로그 방송 송출을 멈춘다는 공지는 방송을 통해 수차례 봤지만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구분하기 힘든 김 할머니는 집에 있는 TV가 전환 대상인지 모르고 있었다. 김 할머니는 “아침에 TV를 켜니 ‘지지직’거리면서 나오지 않아 당황했다”며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나라에서 뭘 어떻게 하라고 백날 설명해 줘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 사는 선순례(82) 할머니 역시 이날부터 TV가 끊어졌다. 선 할머니는 “겨울이라 추워서 방구석에만 있는데 갑자기 TV가 먹통이 됐다”며 “주민센터에 연락하니 2∼3일 기다려야 한다는데 적적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서 디지털 전환 작업을 마무리하지 않아 일부 채널이 블랙아웃된 경우도 있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관계자는 “케이블TV 업체에서 지상파 방송을 제공해 왔었는데 이날부터 SBS 송출이 안 되고 있다”며 “케이블TV 업체를 통해 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현재 수도권 지역의 디지털 미전환 가구가 아직 5만 가구 가량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아직 디지털 TV 전환을 하지 않은 가구는 대부분 노인가구나 저소득 계층일 것으로 보인다”며 “수도권 지역의 미전환 가구에 대해 오는 3월까지 우체국과 주민센터 등에서 디지털 컨버터 보급 및 안테나 설치 등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 콜센터(124)에도 갑자기 TV가 나오지 않는 사람들의 문의전화가 쏟아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에만 걸려온 문의전화가 지난주 월요일 대비 44%나 증가해 상담원 연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2주 정도 지나면 문의도 줄고 디지털 전환 작업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