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빵집 사장님 통큰 나눔… 13년째 불우이웃에 빵 나눠주는 유성용씨
입력 2012-12-31 18:53
서울 당산동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빵집을 운영하는 유성용(48)씨는 2002년부터 근처 대형 빵집과 경쟁하면서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후 유씨의 빵집 인근에 유명 프랜차이즈 빵집 두 곳이 더 들어서면서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손님이 줄어 어렵지만, 유씨는 늘 빵을 넉넉하게 만든다. 13년째 불우이웃에 남은 빵을 후원해온 ‘빵 봉사’를 위해서다.
유씨는 2000년부터 영등포구청, 영등포구 당산1동사무소, 무료급식 전문기관인 성공회푸드뱅크 등을 통해 독거노인과 노숙인에게 빵을 제공하고 있다. 1년에 약 1만명분에 해당하는 양을 후원한다. 금액으로는 1000만원가량 된다.
처음 유씨가 ‘빵 봉사’를 시작한 것은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1999년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만 해도 유씨는 ‘불황’을 모르고 지냈다. 지하철 역 근처에 자리하고 있어 목이 좋은데다 재료가 좋아 맛도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빵이 순식간에 동나곤 했다. 유씨는 “장사가 잘 돼 감사한 마음을 주변에 전하고 싶어 봉사를 마음 먹었는데, 내가 잘할 줄 아는 것은 빵 만드는 것뿐이었다”며 “남는 빵을 손님들에게 싸게 팔아 돈을 버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어려운 이웃에게 맛있는 빵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근처에 대형 빵집이 들어서며 매출이 눈에 띄게 줄자 주변 사람들은 “아직도 빵 봉사를 하느냐”며 유씨 걱정을 했다. 하지만 유씨는 흔들리지 않고 빵을 넉넉하게 만들었다. 남는 빵이 없으면 서운해할 독거노인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유씨는 “어려워졌다고 남 돕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 그래도 굶어 죽지는 않는다”고 말하며 웃었다.
유씨의 따뜻한 선행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대형 빵집 대신 이왕이면 유씨의 빵을 팔아주겠다는 이들도 늘어났다. 유씨는 “아직까지 내가 빵집을 운영할 수 있었던 건 좋은 일 하는 사람이 만드는 빵이라는 고마운 시선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