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 새 대통령] 대충돌 대선판… 쪼개진 한국號

입력 2012-12-31 18:39


제18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여야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대통합’을 외쳤다. 그러나 투표 결과 우리 국민은 세대와 지역, 보수·진보 이념에 따라 둘로 쪼개졌다. 나머지 반쪽을 아우르는 새 정부의 노력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열쇠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30’ 대 ‘5060’=이번 대선은 10년 전인 2002년 16대 대선보다 세대 갈등이 더 심화됐다. 두 선거 모두 사실상 양자 대결로 치러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세대별 득표율을 집계하진 않지만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면 한층 뚜렷해진 세대 대결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18대 대선의 KBS·MBC·SBS 방송3사 공동 출구조사에서 50대의 62.5%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37.4%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후보에게 투표했다. 격차는 25.1% 포인트다. 반면 2002년 대선의 MBC 출구조사에서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40.1%)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57.9%)의 50대 지지율 격차는 17.8% 포인트였다. 특히 이번 출구조사에서 50대 투표율은 무려 89.9%로 추산돼 세대 대결의 치열함을 엿보게 했다. 60대 이상의 경우 2002년은 양측 격차가 28.6% 포인트였으나 이번 대선은 무려 44.8% 포인트 차이가 났다.

반면 20대는 진보 성향의 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경향이 더욱 강화됐다. 16대 대선은 노 후보(59.0%)와 이 후보(34.9%)의 격차가 24.1% 포인트였으나 18대 대선에서는 32.1% 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30대 지지지율 격차도 25.1% 포인트에서 33.4% 포인트로 커졌다. 20∼30대 투표율도 10년 전보다 5∼8% 올라갔다. 선거 직후에는 실망한 20∼30대 네티즌들이 인터넷에서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운동을 벌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전한 지역갈등=박 당선인은 민주당 텃밭인 광주 및 전남북에서 10.4%, 문 전 후보는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울산·경남(PK)에서 38.4%를 득표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역주의가 일부 완화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10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대구·경북(TK) 유권자의 80%는 박 당선인을, 호남 유권자의 90%는 문 전 후보를 찍었다.

경북의 경우 박 당선인과 문 전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62.2% 포인트로 2002년의 51.8% 포인트보다 10% 포인트 이상 늘었다. 대구의 1·2위 후보 간 격차는 16대 59.1% 포인트, 18대 60.6% 포인트였다. 광주의 경우 문 전 후보와 박 당선인의 지지율 격차가 91.6% 포인트에서 84.2% 포인트로, 전남은 88.8% 포인트에서 79.3% 포인트로 줄었지만 지역주의 투표 형태는 여전했다.

◇보수와 진보의 대충돌=세대·지역 대결은 보수·진보 대결과 뒤엉키면서 갈등을 극대화시켰다. 18대 대선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 보수와 진보 진영 후보가 각각 1명으로 압축된 맞대결이었다. 양측이 총결집하면서 대선 투표율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75.8%를 기록했다.

보수 아이콘인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와 이인제 의원은 박 당선인을 지지했고, 진보 아이콘인 진보정의당 심상정 전 후보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후보는 문 전 후보를 지지했다.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는 야권단일화 이후 문 전 후보의 선거를 도왔다.

선거가 초박빙으로 전개되면서 후유증은 컸다. 선거 막판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 논란과 국가정보원 직원의 선거 개입 의혹 등이 잇따라 터지며 네거티브·흑색선전은 극에 달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대선 당일 밤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3%는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문제로 ‘네거티브’를 꼽았다. 국정원 직원 개입 의혹에 대한 경찰 중간발표를 신뢰하느냐는 물음에는 박 당선인 지지자의 55%가 ‘신뢰한다’고 답했고, 문 전 후보 지지자 83%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해 대조적이었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불신하고 있음이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전 후보가 사퇴 전 TV토론에서 박 당선인을 향해 “떨어뜨리러 나왔다”고 한 발언은 양측 충돌을 심화시킨 촉매제였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