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 새 대통령] 대통합 해법은… 포용에 달렸다

입력 2012-12-31 18:39


전문가들은 제18대 대선만큼 한국사회의 여러 갈등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세대, 지역, 이념 갈등이 동시에 표출되면서 실타래처럼 꼬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전문가들마다 달랐지만 대체로 소통과 포용의 두 단어로 수렴된다.

◇갈등 키운 정치권=이번 대선에서 가장 극심했던 것은 세대 갈등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세대 갈등이 이번 대선처럼 전면에 부각된 적은 없었다”며 “이는 앞으로도 더욱 커져 우리 사회 갈등의 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권부터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교수는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잠재된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여·야 모두 세대 간 갈등을 활용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와의 소통에 상대적으로 서툰 여당은 젊은 유권자들과의 접점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비례대표 의원을 뽑고 비상대책위원으로 참여시키기도 했지만 그들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했는가 하는 문제에는 의문이 든다”면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소통하기에 앞서 상대방 입장에서 소통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세대의 고민을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려는 자세 역시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30세대의 지지를 얻으려면 정책 몇 가지로는 안 된다. 박근혜 당선인의 세대별 맞춤형 복지 공약이나 교육, 보육 문제 등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가 만사?=그간 지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권마다 지역 균형 인사를 내세웠지만 실제 지역 갈등을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상대 지역에 대한 배려 차원의 인사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보다는 예산 등 해당 지역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정 지역 출신을 총리나 장관으로 등용한다고 지역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예산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으로 유입된 지역 갈등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만큼 정부와 여당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대하는 자세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여당이 야당과 연정하는 기분으로 자주 만나야 하고 지금의 여대야소 상황을 이용해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포용의 리더십=18대 대선은 보수·진보 양 진영이 최대한 세를 불려 맞부딪친 한판이었다. 총력을 기울인 만큼 패한 쪽에서는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세계 다른 국가에선 진보와 보수가 서로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우리 사회는 오히려 양 진영 간 이념 대립이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념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대타협 같은 정치권의 과감한 행보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대통합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대 진영을 보듬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형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해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선언해서 5년 내내 대기업을 위한 정부로 낙인 찍혔다”며 “박 당선인은 정반대의 길을 가야 통합이 온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 현 정부 들어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은 언론 환경을 복원하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권이 언론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며 “대통합 조치의 하나가 언론 기능 회복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