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강국 싱가포르를 가다] 박정희 교장 “한국형 국제학교 해외서도 경쟁력 있어요”

입력 2012-12-31 18:37


“한국 교육의 힘은 교사의 우수성에 있어요. 한국형 국제학교의 모델을 제시하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박정희(53) 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SKIS) 교장은 200만 재외국민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만큼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는데 이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에서 박 교장을 인터뷰했다.

-왜 한국형 국제학교인가.

“해외 교민들이나 상사주재원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욕구가 높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학교는 시설과 운영 면에서 낙후돼 있다. 한국학교는 현지 교민들이 설립해 운영하는 사립학교다. 정부는 교장의 인건비와 체재비, 학교운영비 일부만 지원할 뿐 나머지 교사 인건비와 대부분의 운영비는 학생 등록금과 후원에 의존한다. 좋은 학교를 만들면 자녀를 보내겠다는 학부모들을 보면서 한국식 교육과정을 접목한 국제학교의 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비결은.

“학생들을 사랑하는 교사들이 열심히 가르친다. 교사를 채용할 때 실력보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교사들에게는 수업과 학습평가에 관한 재량을 전적으로 위임했다.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대신 교사들은 매 학기마다 두 차례씩 공개수업을 한다. 이와 별도로 수업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려 학부모들의 평가를 받는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교사평가에 따라 성과급이 차등 지급된다. 체벌도 금하지만 학생들의 욕설이나 폭력도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노력하고 있다. 문제행동의 징후가 보이면 즉각 교사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전문상담교사가 개입한다. 이밖에 한국에서 상담심리전문가와 학습전략컨설턴트, 수련전문가 등을 초빙해 한 달에 한 번 꼴로 학부모 교육을 실시했다. 학생들은 스스로 장단점을 파악하고 학습전략을 짜도록 했다. 수업과 평가는 단답형 지필고사보다 에세이 작성이나 프로젝트 발표형이 많다. 미션수행방식의 해외수학여행 등 다양한 활동이 많아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한국어교육이 소홀한 건 아닌지

“중고등학교 학생이 74명인데 국어 교사는 4명이다. 교사 1명당 학생 수가 18.5명이다. 국어교사를 많이 확보한 것은 독서교육과 문장력 강화 등 다양한 국어교육을 위한 것이다. 한국어로 깊이 사고하고 문장을 구사하는 능력을 길러야 영어나 중국어 등 외국어로 에세이를 쓰는 능력도 향상된다. 평소에도 독서와 고급문장 구사능력을 강조하지만 이번 겨울방학에는 학생들에게 매주 한 권씩 책을 읽고 독서록을 쓰도록 했다.”

-영어와 중국어 교육은.

“영어는 3단계 레벨로 나눴고 중국어는 5단계 레벨로 세분했다.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맞춤식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한 반에 10∼15명씩 배정해 몰입교육을 시키고 있다.”

싱가포르=전석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