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 새 대통령] 국민행복시대… 국민에게 듣는다

입력 2013-01-01 11:45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10년 전 한 대선 후보가 국민들에게 던졌던 물음이다. 그러나 국민의 행복은 쉬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일성으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원칙과 약속을 중시하는 그이기에 국민들은 2013년을 기대한다. 청년 일자리, 물가 안정, 월급 인상, 소외 받지 않는 삶, 가족과의 더 많은 시간 등 국민들의 행복은 소박하다. 그러나 현실 여건은 그리 쉽지 않다. 국민이 바라는 ‘국민행복시대’의 모습을 그들에게서 직접 들어본다.

60대

◇전해순(69·주부·서울 시흥동) = 바쁜 자녀들을 대신해 손자·손녀들을 돌보고 있다. 손자들이 하루하루 커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가장 큰 행복이다. 신문과 뉴스에 매일 같이 등장하는 흉악범죄를 볼 때마다 덜컥 겁이 난다. 아이 어른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성범죄와 ‘묻지마’식 살인까지. 우리 손자 세대들이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강력범죄에 대한 단호한 처벌과 예방정책이 실현됐으면 한다.

◇서예교(67·변호사·서울 개포동) = 공정한 세상을 꿈꾸며 법조인의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여전히 억울해하는 의뢰인들을 매일 같이 만난다. 법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가 좀 더 공정해지길 바란다. 재벌이든 비정규직 노동자든 혹은 무직자이든 불공정한 특혜를 없애고 반칙에는 엄정한 조치가 뒤따르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특히 새 정부에서는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더욱 깨끗하고 공정하게 처신해 주길 바란다.

◇이선옥(69·무직·경기도 수원시) = 주변에 맞벌이 부부들이 많은데 아이를 믿고 맡길 데가 없어 애 태우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럴 땐 손자·손녀를 돌보는 건 우리 할머니들의 몫이 되기 십상이다. 건강이라도 괜찮아 돌봐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난감하다. 그리고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데도 놀고 있는 노인들이 재취업할 수 있도록 노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

◇황희수(60·통영수산연합회장·경남 통영시) = 무엇보다도 해양수산부 부활 공약은 이행해야 한다. 어업인을 위한 다양한 수산정책도 기대한다. 특히 한·중 FTA에 대비해 거대 중국 시장에 대항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수위원회에 수산업을 폭넓게 이해하고 미래 수산업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개혁적인 수산전문가를 영입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제대로 된 수산정책이 마련될 수 있다.

50대

◇이희섭(51·은행지점장·경기도 고양시) = 가계부채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지점장으로 일하면서 서민들이 돈을 빌리러 오는 사정을 많이 듣게 됐다. 하나같이 절박한 상황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온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해 제대로 돈을 빌리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서민들의 생활비, 전·월세 문제가 해결돼야 금융권의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경제위기가 오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을 펴 달라.

◇이정수(57·동화 연구가·서울 면목동) = 정말 어렵게 일하고 있는 보육교사들의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처음 일을 시작할 때부터 너무 열악한 여건 속에서 근무한다. 월급도 100만원에 불과하다. 보육교사의 처우가 개선돼야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고, 그래야 어린이집 환경도 좋아질 수 있다. 시간강사 등 사회 곳곳의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되길 바란다. 모두가 눈치 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김대성(53·농민·전북 김제시) = 농사 지은 지 25년이다. 벼농사만으론 살기 힘들어 소를 키웠다. 기상이변으로 3년째 흉년이다. 소값마저 폭락해 굶겨 죽여야 하는 형편에 이르렀다. 쌀값은 제자리인데 사료 값은 잘도 오른다. 우리 농촌 주민들은 한계상황에 처해 있다. 농민들의 마음을 풀어 줄 정책들을 기대한다. 주인과 소가 마주 보고 웃을 수 있는, 살 만한 농촌을 만들어 달라.

◇승영희(51·보험사 라이프플래너·광주 광산구) = 무엇보다 20대 두 자녀의 취직이 잘되길 바란다. 자녀들이 취직을 못하면 그 부담은 부모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대통합 약속은 꼭 실천하길 바란다. 차기 정부의 장·차관 등 고위직 인사는 지역적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다. 과거처럼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광주·전남 등 낙후된 지역을 정책적으로 돌보는 것도 대통령의 몫이다.

40대

◇김대열(44·회사원·서울 반포동) = 중학생, 초등학생, 세 살배기를 둔 세 아이의 아빠다.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잘 키우고 싶다. 현재 수입의 3분의 2가량을 아이들 학원비 등 사교육비로 쓴다. 이런 교육환경에서 과연 내 자녀가 행복하게 자랄지 의문이다. 공교육이 정상화돼야 한다. 주변에서는 애국자라고 하지만 나중에 대학 등록금은 또 어떻게 감당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반값 등록금’ 공약이 실천됐으면 좋겠다.

◇오원의(44·미술치료사·경기도 광주시) = 미술치료사로 일하다 보면 가족의 사랑이 절실한 아이들을 많이 만난다. 엄마나 아빠를 만나보면 왜 이들이 자녀에게 관심을 쏟지 못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대개 생계가 매우 불안정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다. 정부가 이 부모들의 취업이나 봉사활동을 적극 지원하면 좋겠다. 재교육과 훈련을 원하는 이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취업이나 봉사 등 사회 참여의 길도 크게 열어줬으면 한다.

◇김경환(47·치킨전문점 운영·전남 순천시) = 경기침체로 20년간 운영해온 치킨 전문점의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다. 장사는 안 되고 물가는 오르고 인건비도 감당하기 벅차다. 은행 대출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야 할 실정인데 대출이 어렵고 이자율도 높다. 정부지원정책이 있기는 하지만 조건이 까다로와 실제 대출을 받기는 어렵다.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정책을 많이 내놓기 바란다.

◇정길수(49·회사원·인천 계양구) = 우리 국민들은 노동시간이 너무 길다. 치열한 경쟁 때문에 쉴 틈이 없다. 아무리 일해도 끝이 없다. 피곤이 쌓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1년 365일을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우리에게 주말을 돌려 달라. 적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소모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30대

◇김상욱(34·회사원·서울 황학동) = 물가 인상은 당연한 것이고 연봉 인상은 조건부인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실이다. 개인의 성장 없이는 조직의 성장도 바라기 힘들다. 역으로 회사가 잘돼야 구성원들의 어깨도 펴진다. 새해에는 어느 때보다 노사가 함께 성장하고 흥왕하는 해가 되면 좋겠다. 그리고 새해에는 좋은 사람 만나고 싶다. 어디 좋은 사람 없을까.

◇이숙희(35·주부·경기도 김포시) =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끌벅적하고 따뜻한 저녁을 바란다.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남편은 아이들과 뒹굴며 놀아주고 다같이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식후엔 저마다 좋아하는 책을 들고 서로 읽어주기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런 저녁. 하지만 그런 저녁이 너무 적어졌다. 새해에는 모 정치인이 외친 것처럼 가정마다 ‘저녁이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김은미(34·주부·경북 구미시) = 믿을 수 있는 먹거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시장에서 장을 볼 때 먹어도 괜찮은 음식인지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남편에게도 가능하면 밖에서 음식을 사먹지 말라고 당부한다. 원산지를 속인다거나 몸에 안 좋은 물질을 사용하는 얌체 상인들이 아직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건강을 해치는 먹거리 관련 범죄는 좀 더 강력하게 규제하고 엄하게 처벌했으면 좋겠다.

◇조대명(32·시설관리직·강원도 춘천시) = 결혼하기가 정말 힘든 세상이다. 군대를 다녀와 복학했지만 취업이 여의치 않아 졸업을 거듭 연장하는 바람에 28세가 돼서야 사회에 진출했다. 그러다보니 근검절약해 모았어도 결혼 적령기인 지금 결혼자금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취업문을 넓히겠다는 약속이 꼭 지켜져 젊은이들이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제때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20대

◇임진아(28·학원강사·서울 신길동) = 미래를 꿈꾸기보다 빚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현실이다. 월급은 생활비 충당하기에도 급급하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잘 구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내 뱃속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는 게 정당화되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세상,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대화하는 세상을 바란다.

◇임일규(21·대학생·서울 성현동) = 대학생들이 많은 경험을 하고 진정한 꿈을 찾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과외 등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서는 1년에 1000만원 가까이하는 대학 등록금을 내기 어렵다. 학업 외의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아쉽다. 대학생들이 특기와 적성에 맞는 진로를 정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이혜정(27·취업준비생·충북 청주시) = 수년째 공무원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자주 변경되는 시험과목, 높아져만 가는 난이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친구들이 많다. 박근혜 당선인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 청년실업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길 바란다.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보다 나아진 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해 달라.

◇한종국(27·제주대 4년·제주시 오등동) = 제주처럼 대기업이 아예 없는 지방에서는 4년제 대학을 나와도 취직할 곳이 없다. 요번에 선배 한 명이 취업했다고 한턱을 냈는데 공사의 청원경찰 자리였다. 그런데도 그 선배와 친구들은 너무 좋아했다. 그 정도 자리도 우리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다. 청년 일자리를 많이 늘리겠다는 당선인의 공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아닌 진짜 일자리를 마련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