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시편] 장발장과 자베르가 화합하는 사회

입력 2012-12-31 18:01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을 각색한 뮤지컬 영화가 큰 흥행을 하고 있다. 죄와 용서, 사랑과 자유, 혁명 등 인간의 근본적인 모든 문제들을 내포한 걸작이다. 영화는 굶어 죽어가는 누이의 딸을 살리기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19년이라는 감옥 생활을 하게 된 장발장과 그를 끝까지 추격하는 자베르라는 형사의 갈등과 대결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자베르는 장발장이 처한 억울한 형편과 상황, 그의 진실을 전혀 듣지 않고 오직 법 집행만을 감행하며 끝까지 괴롭힌다. 그러나 장발장은 오히려 혁명군에 잡혀서 죽음의 위기에 놓인 자베르를 용서하고 생명을 살려준다. 장발장의 용서 앞에 자베르는 그동안 법만을 신봉했던 자신의 신념이 무너져 내리고 결국에는 자신의 삶을 후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는 법이라는 정의를 추구한 것 같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삶을 평생 옭아매는 족쇄가 되었던 것이다.

최근에 어느 기독사립대학을 황무지에서부터 일구어 명문 종합대학으로 키워온 한 사립대 설립자가 비자금 조성과 횡령이라는 억울한 혐의를 벗고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나는 그분을 위해 구명활동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직접 면회를 갔을 때도 그분의 눈동자와 눈빛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분은 수도원 생활을 한다고 여기며 믿음의 영성과 순결을 지켰지만,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이었는가. 검사측은 왜 제보자들의 진술만을 믿고 그분의 진실을 바탕으로 한 진술을 믿어주지 않았단 말인가. 그 결과로 인해 그분은 얼마나 큰 정신적 고통과 인격적 모멸감을 당해야 했겠는가.

이 시대는 악의적 선악 마인드와 법리를 가장한 모사를 통해서 선의의 지도자들을 공격하고 넘어뜨리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한국의 영적 지도자들이 억울한 누명과 피해를 받는 경우가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레미제라블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판검사나 경찰들도 자신이 제2의 자베르는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신 장발장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람은 법으로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과 용서를 통해서 자유와 구원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기 위해 우리 사회에 사랑과 용서의 정신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

한국교회도 법리만을 앞세우며 서로를 정죄하고 공격하면서 얼마나 분열하고 찢겼는가. 레미제라블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삶의 진정한 행복과 평화를 가져오는 것은 용서와 화합뿐이다. 그래서 대통령 당선인도 대통합을 통한 국민행복시대를 구현하자고 했지 않는가. 이 일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자. 우리가 사랑과 용서, 화합의 징검다리가 되고 통로자가 되자. 먼저 서로를 향해 연민과 긍휼의 마음을 가지고 용서를 하자. 그럴 때 진정한 교계통합을 넘어 사회통합의 새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새해 첫 날이다. 새해는 장발장과 자베르가 화합하는 사회가 되게 하자. 이 일을 한국교회가 앞장서보자. 지금까지의 증오와 시기, 적개심의 어둠을 사랑과 용서의 마음으로 태워 버리고.

<용인 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