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으로 본 2013 한국인의 삶] 택시법 통과로 예산 부담 2조원 느는데… 승객들 혜택은 거의 없을 듯

입력 2013-01-01 00:48

여야는 31일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택시법)’을 처리키로 합의하고 본회의에 넘겼다. 이에 올해부터 택시도 버스·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으로 분류되게 됐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가 받게 될 실질적 혜택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택시법은 대중교통을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추고 다수의 사람을 운송하는 데 이용되는 것’이라고 규정했지만, 개정안은 ‘노선을 정하지 않고 일정한 사업구역 안에서 여객을 운송하는 데 이용되는 것’으로 범위를 확대해 택시가 포함됐다.

앞으로 택시는 버스나 지하철에만 적용됐던 보조금 등 각종 재정지원 혜택을 받게 된다. 택시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서비스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향후 환승 할인 등이 적용되면 더 저렴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고, 택시 정류장이 설치되면 더 편리한 승·하차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유가보조금 지원, 부가가치세·취득세 감면, 영업손실 보전, 통행료 인하 및 소득공제 등 연간 1조9000억원대 지원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이런 기대가 현실화되긴 어렵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중교통 예산을 갑작스레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정해진 틀 안에서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버스업계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는 유류세 지원, 통행료 인하 등 버스업계 요구 사항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혀 ‘퍼주기 포퓰리즘’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여기에 추가로 들어갈 예산은 2800억원 규모다. 결국 택시법 통과로 늘어날 약 2조원의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정치권의 ‘달래기’에 일단 버스업계가 예고했던 전면 파업을 철회하고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재정기반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업계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없고, 이 과정에서 업계 간 갈등이 본격화되면 파업도 불가피하지 않겠느냐. 결국 소비자는 피해자가 된다”고 비판했다.

실제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김순경 기획부장은 “정치권의 현명한 판단을 믿었지만 우리 요청을 무시한 셈”이라면서 “전혀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던 말까지 어긴다면 후속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택시의 대중교통화로 인한 교통 혼잡과 에너지 소비, 대기오염 등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정치권이 택시업 종사자들과 이해당사자들의 표를 의식해 무리하게 법 개정을 추진했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