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베이징 시각… 中 “침략 맞선 抗美” 북한과 혈맹 부각

입력 2012-12-31 21:20

“중국은 1949년 10월 6일 조선(북한)과 수교했다. 조선은 가장 먼저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 중 하나다. 그 뒤 50년 6월 ‘조선전쟁’이 발발하자 미군은 38선을 넘어 압록강변까지 진격했다. 중국은 위협을 느끼던 차에 조선의 요청에 따라 참전했다. 정전 뒤 중국은 조선의 경제 건설을 위해 원조를 아끼지 않았다.”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중·조(북·중) 관계 개황’은 이렇게 시작된다. 중국과 북한 양국은 6·25전쟁을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혈맹 관계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6·25를 내전으로서의 ‘조선전쟁’과 국제전으로서의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으로 구분한다. 조선전쟁은 50년 6월 38선에서 시작돼 같은 해 10월 북·중 국경인 압록강변에서 북한의 패배로 사실상 끝났다고 본다.

하지만 10월 25일 중국인민지원군이 압록강을 넘으면서 새로운 전쟁(항미원조전쟁)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항미원조전쟁은 압록강변에서 시작된 전선이 53년 7월 휴전선에서 끝나 ‘침략자’(미국)를 400㎞ 이상 몰아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항미원조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밝힌다. 2010년 10월 25일 시진핑(習近平) 당시 부주석이 항미원조전쟁 60주년 기념식에서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침략자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내전인 조선전쟁에 ‘유엔 헌장을 어기고’ 파병했을 뿐 아니라 당시 7함대를 대만해협에 전개시킴으로써 중국 영토인 대만을 침입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참전한 데는 미 공군이 압록강 너머 중국 동북지역 공업지대를 공습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크게 작용했다. 당시 ‘보가위국’(保家衛國·가정을 보호하고 나라를 지킴)을 구호로 내세운 것은 이에 따른 것이다.

6·25가 남침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중국 관영 매체들도 인정했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공식화한 적은 없다. 역사교과서는 “내전이 발발했다”고만 적고 있다. 그러나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이 2000년 3권으로 펴낸 ‘항미원조전쟁사’는 ‘북침’으로 기록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마침내 조선에서 내전이 전면적으로 발발했다. 김일성 주석은 이날 오전 긴급내각회의를 소집해 인민군으로 하여금 즉각 반격을 가해 침략자들을 멸망시키라고 지시했다.”(항미원조전쟁사 1권 25쪽)

전쟁 도발자를 밝히진 않았지만 ‘반격’ ‘침략자’라는 표현을 썼다.

이렇듯 ‘자유를 지킨 고귀한 전쟁’이 다른 한쪽에서는 ‘침략을 물리친 정의로운 전쟁’이 돼버린 것이다. 중국 국방부 외사판공실은 엄청난 인식의 차 때문인 듯 정전 60주년 관련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욱이 중국은 미국, 북한과 함께 엄연한 휴전협정 당사국이다. 이는 종전 선언을 하고 평화 체제로 가려면 중국의 동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과 북한이 혈맹을 과시하는 배경에는 6·25전쟁에서 마오쩌둥(毛澤東)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이 미군 전투기 폭격에 희생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마오안잉은 인민지원군 총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의 러시아어 통역관으로 참전했다. 그는 평안남도 회창군 인민지원군 열사릉에 묻혀 있다. 당시 중국인민지원군 전사자는 22만8000명에 달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0년 10월 ‘조국해방전쟁 60주년’에 즈음해 후계자였던 김정은, 매제인 장성택 등 고위 지도자 25명과 함께 마오안잉 묘를 참배한 것은 그 상징성이 컸다.

중국에서는 ‘항미원조전쟁 60주년’에 맞춰 기념식을 개최하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참전용사들을 만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중국 정부는 정전 60주년에 어떤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지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2000년 항미원조전쟁 50주년에는 중앙과 지방에서 성대한 행사를 열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정전 60주년에도 승리한 전쟁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기념식 등을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