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北 정전협정 위반 43만건… 정전 60년, 도발과 불안의 역사
입력 2012-12-31 21:23
1953년 7월 27일 북한군과 유엔군 간 맺은 정전협정으로 6·25전쟁의 포성은 멎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정전협정부터 지금까지 ‘정전체제 60년’은 끊임없는 북한의 도발과 남북 충돌로 좀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불안한 시
기였다.
201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54년부터 올해까지 남한에 대한 북한의 침투와 국지도발은 2953건이다. 간첩남파 같은 침투행위가 1959건, 천안함·연평도 사태 같은 국지도발이 994건이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한 사례는 43만건이 넘는다.
58년 북한공작원들은 부산에서 서울로 가던 대한민국항공사(KNA) 여객기 ‘창랑호’를 납치한 뒤 승객과 승무원 34명 중 26명만 돌려보냈다. 북한의 첫 여객기 납치 사건이었다. 북한은 69년에도 51명이 타고 있던 대한항공 Y-11 여객기를 납치했고, 돌아온 승객 39명뿐이었다. 북한의 항공기 테러는 87년 115명이 타고 있던 KAL 858기 폭파사건으로 이어졌다. 88년 서울올림픽 준비에 한창이던 한국 사회를 일순간 얼어붙게 만들었다.
해상도발은 510건에 달한다. 북한 경비정과 어선은 490여 차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고 이 중 20여 차례는 해상교전으로 이어졌다. 67년 동해상에서 어로 보호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당포함이 북한의 해안포 기습 사격에 격침돼 39명이 사망한 참사를 시작으로 99년 제1연평해전, 2002년 제2연평해전, 2009년 대청해전 등 3차례 대규모 교전이 벌어졌다.
매번 NLL을 넘어온 북한 경비정이 경계임무를 수행 중인 우리 고속정에 기습 공격을 가해 촉발됐다. 세 차례의 교전에서 우리 군은 장병 6명을 잃었다. 2010년에는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초계함 천안함이 북한 어뢰 공격에 반파돼 장병 46명이 목숨을 잃었다. 연평도 포격도발에선 2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육상에서는 68년 북한 특수부대가 청와대 기습을 시도한 1·21 사건이 있었고, 76년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미루나무를 제거하던 미군 장교와 병사 6명이 북한군 병사들의 공격에 사망하는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으로 세계가 경악했다. 70년대 중반 강원도 철원과 판문점 인근에서 북한군이 파내려온 땅굴이 발견돼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한반도는 적잖은 안보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한반도는 언제 전쟁이 날지 모르는 ‘분쟁지대’란 인식 때문에 국제적 신인도가 추락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놓고 남남(南南) 갈등도 빚어졌다. 한국위기관리연구소 허남성 박사는 “정전협정은 당사자들이 신실하게 지키겠다는 상호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며 “북한이 도발을 통해 한국 사회를 흔들어놓겠다는 의도를 버리지 않는 한 정전체제의 불안성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