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한반도 안정이 동북아 안보지형의 핵심이다

입력 2012-12-31 18:13


정전협정은 북한의 도발 등으로 인해 한반도 안정을 담보할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한반도 안정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는 주장만으로는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미·중 등 한반도 주변 국가의 이해와 설득이 필요하고 북핵 문제 해결 등 매우 복합적인 요인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

◇정전협정의 문제점=정전협정은 전체 5조 63개 조항으로 이뤄져있다. 하지만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규정한 1조 1항 외에는 대부분 효력을 상실한 상태다. 평화협정 체결 이행을 약속한 60항은 가장 먼저 무력화됐고, 정전협정 준수를 관리·감독할 군사정전위원회는 1994년 북한과 중국이 철수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정전협정문은 남북 간 군사충돌 시 상대방 비방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한반도의 평화는 정전협정이 아니라 남북 간 힘의 대치를 통해 이뤄지는 불안정한 상태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박태균 교수는 31일 “한마디로 지금 한반도는 무법지대”라며 “남북은 물론 한반도 주변 4개국 역시 정전협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전협정의 한계와 함께 북한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로 북핵 문제가 이슈화되는 상황에서 평화체제 구축은 역설적으로 북핵 해법을 찾는 ‘통로’ 역할을 할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미·중·일에 새 정부가 들어서는 지금이 평화체제 논의를 할 수 있는 적기”라며 “우리 차기 정부가 북한을 설득하며 평화체제 논의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체제 구축 위한 선결과제는=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선 먼저 국제법적으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와 북핵 등 군사적 긴장완화가 요구된다. 북·미 수교도 필요하다. 세부적으로는 정전협정에서 미해결 상태로 남은 해상군사분계선 획정도 선결과제다. 경남대 북한대학원 류길재 교수는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평화협정을 잔뜩 했지만 중동에 평화를 가져다주지 않았다”면서 “평화협정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남북 간 교류협력이 활발해지면서 신뢰가 쌓여 자연스레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체제 구축은 남북만이 아니라 동북아 안보 지형의 핵심 이슈이며, 북핵 문제가 연관된 국제적 사안이다. 때문에 미·중 등 관련국과의 협력 등 외교적 노력이 요구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적극적인 대북 포용정책을 폈지만 부시 행정부의 비협조로 5년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연세대 이정훈 교수는 “한반도 문제는 남북만이 안고 간다기보다는 주변국을 포함해 큰 틀에서 공감대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는 크게 ‘선 비핵화 후 평화체제 논의’와 ‘두 사안의 병행’으로 나뉜다. 차기 정부는 전자에 비중을 두는 분위기다. 하지만 60년간 공고화된 정전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후자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박사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는 원샷은 어렵지만 몇 개로 나누는 전략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