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무소방대원의 안타까운 순직

입력 2012-12-31 16:59

군 복무 대신 소방업무를 보조하는 의무소방대원이 화재 현장에서 추락한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고 13일 만에 숨졌다. 경기 고양시의 한 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된 고(故) 김상민 일방(육군의 일병에 해당)은 사고 당시 방화복 대신 일반 근무 바지를 입고 있었고, 신발은 운전·구급대원용 활동화를 신은 채였다. 기초적인 방화장비조차 없이 위험한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희생된 것이다.

화재 현장 카메라 촬영 담당이었던 김 일방은 계단 사이에 낀 호스를 끌어올리다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그는 2002년부터 배치된 의무 소방대원 가운데 화재 진압 도중 숨진 최초의 대원이 됐다. 소방대원 생활을 하며 모은 월급으로 가족들에게 선물을 사 줄 정도로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기에 유족들을 더욱 슬프게 했다.

이번 사고에서 보듯 의무소방대원의 경우 충원부터 교육, 배치 및 관리가 주먹구구식이라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현행 의무소방대설치법 시행령에는 ‘화재 등에 있어서 현장활동 보조’ ‘소방행정의 지원’ 등으로 이들의 임무가 규정돼 있다. 그렇지만 보조 또는 지원이라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럽다.

부족한 소방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선발된 의무소방대원들이 실제로는 허드렛일이나 행정보조 등의 역할에 머물러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또 지난 2007년 국방부의 ‘비전 2030’에 따라 2012년 이후 의무소방대원제도가 폐지키로 돼 있었다. 그렇지만 소방인력이 워낙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 2015년까지는 유지키로 했다.

소방당국이 필요에 의해 이 제도를 연장키로 했으면서도 ‘현장에 강한 의무소방대 양성’이라는 당초 목표와 달리 실질적인 교육과 훈련을 소홀히 하고 있는 점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재난 유형별 맞춤형 교육을 하겠다고 공언해 놓고는 화재진압, 인명구조 및 구급교육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소방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령을 다시 정비하는 것은 물론 의무소방대원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매뉴얼을 만들었으면 한다. 아울러 일선 소방서에 의무소방대원을 배치한 뒤에도 기초교육과 전문교육을 꾸준히 실시해 현장 대응 능력을 배가시키기 바란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의무소방대원을 위험한 현장에 투입시켜 화를 당하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