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장혁] 우정사업 효율화의 방향
입력 2012-12-31 17:03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2012년까지 우정사업본부 민영화 계획을 밝혔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끝내 민영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에는 우정사업본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외형확대에 치중해 1864억원의 분식회계가 감사원에 적발되었으며, 사망자 명의 등으로 개설한 차명계좌도 적발된 것만 110개에 달했다.
금융사업부문에서는 2010년도에 858억원의 역마진을 초래하였고, 우편사업부문에서는 원가 이하로 택배수수료를 인하하였으며, 민간 택배업체의 물량을 할인요금으로 인수하여 2008년 이후 2874억원의 누적손실이 발생하였다. 이와 같은 내부비리와 부당영업을 통한 우정사업본부의 방만한 운영으로 경영악화는 물론 국민의 부담을 증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비 우량공기업에 대한 개혁과 쇄신에 성과가 없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근까지 우정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 역시 우체국의 사업적자로 인한 민영화를 포함한 개혁을 놓고 논쟁이 이어져왔다. 그런데 이러한 움직임은 우체국의 비정상적인 경영의 결과가 아닌 공기업으로서 공익적 가치를 이어가면서 발생된 수익악화가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영국의 우정사업본부에 해당하는 로열메일도 수익 악화를 겪어오다 결국 2013년 말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확정하였다. 이렇게 되면 네덜란드의 TNT, 독일의 도이체포스트와 같이 우편과 금융부문이 분리되어 매각되는 절차를 거쳐 민영화될 전망이다.
이와는 다르게 내부개혁과 조직혁신을 통해 경영성과를 향상시키고 공기업으로서 국민을 위한 공익적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스위스의 스위스포스트는 2011년 매출이 860만 스위스프랑이다. 이 중 금융사업 비중은 28%에 그쳤으나 스위스포스트는 우편, 특송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미 1996년부터 해외물류기업의 인수합병과 글로벌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물류서비스 영역을 강화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우체국의 기능과 더불어 국민물류기업으로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라포스트 역시 금융사업 매출이 25%에 불과하나 우편, 물류 사업에 대한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2001년 독일계 물류기업인 디피디를 인수합병하여 프랑스 국내 물류시장 내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동시에 이를 통해 라포스트의 기업매출 및 이익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2011년 우정사업본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우편을 제외한 금융사업의 매출은 3조6000억원으로 분식회계를 감안하더라도 해당 연도 총 매출의 49%에 이른다.
우정선진국의 금융매출이 30%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 우정사업본부는 포트폴리오가 균형 있게 구성되면 앞으로 흑자확대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비 우량공기업 민영화 주장에는 사회적 이견이 있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새해 벽두부터 내부 혁신과 쇄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편을 물류사업으로 확대하여 꼼수가 아닌 주력사업 강화를 통한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새롭게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 역시 민영화 고려에 앞서 개혁과 감사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택배와 특송은 국토해양부, 우편요금은 기획재정부 등 각 정부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기능을 통합하여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임장혁 퀴네앤드나겔㈜ 이사